▷면접관이 끄덕거릴 답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정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는 처음에 찬사보다는 무시를 당할 수도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처음 접한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혹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7.8점을 줬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대에 갇힌 심사위원은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알아보기 어렵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평가하겠다는 각종 시험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다. 약간 참신한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어눌한 천재는 쓴잔을 마실 수도 있다. 복잡한 대입 전형이나 압박 면접보다 학력고사나 토익점수가 차라리 효율적이고, 심지어 공평한 선발 제도라는 생각마저 드는 건 그래서다.
▷딱한 것은 이런 유행을 부지런히 쫓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대학생 인턴기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광고 문구처럼 톡톡 튀는 문장 속에서 되레 길을 잃고 혼란에 빠져든다. 요즘은 그렇게 써야 한단다. 유행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이 어찌 창의적 인재일까. 도전이 상품이 되기도 한다. 대형 서점에 가면 한 코너가 소위 ‘도전기’다. 어디어디를 여행했다거나 무슨 봉사활동을 했다거나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났다든가 하는 내용들을 훑다 보면 이 역시 ‘허락 받고 하는 도전’ ‘평가받기 위한 도전’이 아닌가 싶은 고약한 생각이 든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세태도 안타깝지만 도전을 위한 도전이라면 그도 공허하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