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르면 29일 단행인수위 “정권말 관행 끊어야”… 靑관계자 “대통령 고유권한”
이 대통령은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검토해 온 임기 중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법무부 사면심의위원회가 최근 특사안에 대한 심의를 마친 것으로 안다. 이 대통령이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안에 서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고려대 동기동창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구속 중인 최측근 인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측근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거론된다. 그러나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과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은 특사에서 제외될 개연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 회장 등은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박 당선인 측의 비판에 대해 공식 논평은 자제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욕 먹더라도 사면하겠다는 MB… 朴과 ‘허니문’ 깨지나 ▼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임기 말에 마지막 특사를 단행한 것을 거론하며 박 당선인이 반대하더라도 특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7년 12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을 특별사면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 ‘정치적 부채’를 갚으려는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왜 야당은 물론이고 박 당선인 측의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최측근 인사에 대한 특사를 추진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그 이유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채의식’을 자주 거론한다. 특히 고령의 최시중 전 위원장(76), 천 회장(70)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둘의 구치소 생활도 종종 보고받고 인간적인 연민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명은 ‘MB 대통령’을 만든 핵심 창업 공신이다.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친구이기도 한 최 전 위원장은 여의도 정치를 잘 몰랐던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법으로 정국 대처 방안을 가르친 ‘정치 스승’이다. 대선 과정에서 비공식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의 핵심이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사업권 인허가 알선과 관련해 받은 8억 원 때문에 구속되면서 한동안 대선자금 관련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이 대통령과의 이런 정치적 인연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 회장은 사석에서 이 대통령을 ‘명박이’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친구이다. 각종 정치자금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선후보 자격으로 내야 할 특별 당비 30억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워크아웃 조기종료 등의 청탁과 함께 46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MB가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에 대한 특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번이 아니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선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국갤럽이 유독 박 당선인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자주 발표했다는 이유로 일부 친박계 의원의 대표적 표적이었다.
○ ‘정치적 부담’을 거부하는 박 당선인
박 당선인 처지에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비리 의혹 관련 여권 인사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박 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란 강한 표현을 쓴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으로 보장된 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길어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권력형 비리 척결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MB 정부와 자연스럽게 차별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 당선인은 ‘사면=MB의 단독 작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자신은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신뢰와 원칙’이라는 박 당선인의 정치 브랜드도 훼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꾸준히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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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홍수영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