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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교통 반칙왕 나주… “단속카메라 늘려야”

입력 | 2013-01-28 03:00:00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양산리 양산주유소 앞. 나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김태식 경위의 손가락이 일직선으로 뻗은 국도 13호선을 가리켰다. “과속 차량 탓에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에요. 도로가 도심을 통과하니까 보행자도 늘 위험에 노출돼 있죠.”

그 순간에도 제한속도 시속 80km를 넘겨 질주하는 차들이 ‘쌩’하며 스쳐 지났다.

나주시(인구 8만7000여 명)는 2012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 64.25점을 받아 전국 시 단위 76곳 중 꼴찌를 기록했다. 나주시처럼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췄다는 경북 김천시는 인구 13만 명을 넘으면서도 교통문화지수는 80.42점으로 최상위권이다. 나주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2.86명으로 전국 평균 16.21명의 2배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42명이 도로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걸까.

○ 뻥 뚫린 도로에 구멍 난 안전대책


나주는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있다는 뜻인 ‘사통팔달’ 도시로 불린다. 지리적 특성상 목포 해남 등 전남권 10개 시군의 관문 역할을 한다. 국도 1호선과 13호선은 일직선으로 도심을 관통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대학, 병원 등 보행자가 집중되는 지역에 차량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과속과 신호위반 등 반칙운전이 더해지면서 나주는 교통문화지수 최하위라는 불명예 도시가 됐다.

나주시의 대책은 초점을 빗나가 있다. 금천사거리에는 보행자를 위한 육교가 있지만 주민들은 10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를 주로 이용한다. 운전자는 육교를 보고 ‘횡단보도가 없는 곳’으로 착각해 속도를 높이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앞에서 사망사고 2건을 목격한 황모 씨(43·여)는 “교통경찰은 등하교 시간에 배치되지만 정작 사고가 자주 나는 새벽과 밤 시간엔 볼 수 없어 무법지대로 변한다. 단속 카메라라도 달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 한적한 굽은 길 과속이 참사 불러


금천면 남양유업을 지나 원촌삼거리에 이르는 1.7km 구간은 평범해 보이는 농촌의 6차로지만 지난해에만 4명이 사고로 숨졌다. 굽은 길에서 속력을 늦추지 않은 승용차와 화물차 운전자, 횡단 중 과속 차량에 치인 보행자 2명이 희생됐다. 이 구간에는 주택과 초중고교 4개가 몰려 있지만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어 제한속도인 60km를 넘겨 주행하는 차량이 대다수다.

나주시 교통안전기본계획에 따르면 ‘나주시 사고다발지점’에서 발생한 사고 대부분은 ‘보행자 많은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는 운전행태’ ‘높은 도심 진입속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나주의 2009, 2010년 무인단속 건수 7만8012건 중 과속이 77.3%를 차지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나주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4.5% 정도로 전남 시 그룹 평균의 1.5배를 넘어선다. 치사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도심을 지나는 차량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은 불안하다. 이대두 씨(82)는 “나주 시내 어디를 가도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는 차가 많아 집 밖에 나서기가 무섭다”며 “너무 화가 나 쫓아가 따지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간단속 카메라를 늘려 과속 차량을 막고 순환도로 건설 등을 통해 나주 도심을 지나는 차량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통안전공단 호남지역본부 박정관 연구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들의 반칙운전 행태”라며 “보행자 보호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낮아 도심에서도 과속과 신호위반 등을 일삼는 반칙운전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나주=서동일 기자·조건희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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