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신구권력 충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 대통령 임기 말 마지막 특별사면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물러나는 권력과 새로운 권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금까지 ‘당선인은 대통령이 아니다’는 기조 속에 정국 현안에 사실상 침묵해왔다. 당선인이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당선인 신년 기자회견도 마다할 정도였다.
이외에도 신구 권력이 충돌할 만한 사안은 곳곳에 숨어 있다. 가장 첨예한 사안은 4대강 감사 결과 논란이다. 4대강 사업이 부실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이명박 현 정부는 “재검증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부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어떤 식으로든 현 정부에서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이 “현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민의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면 새 정부는 보수 공사에 재정을 투입하기도, 그저 방치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의 국회 재의결을 놓고도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박 당선인 측은 정부가 새로 내놓을 대체입법의 내용을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대체입법 내용이 택시 노사 양측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신구 권력 간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진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한 감정의 골도 깊다. 이 후보자 인선의 주체를 놓고 이 대통령 측은 박 당선인에게, 박 당선인 측은 이 대통령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에 대한 이 대통령 측의 서운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최근 청와대 조직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이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뒀던 ‘녹색성장’의 주무 기획관실과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없애버렸다.
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