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새 정부가 맞이할 최대 통상 현안은 내년에 관세화 유예 종료와 함께 올 쌀 협상이다. 10년씩 두 차례 관세화를 유예했는데 이것이 내년에 종료된다. 쌀 협상은 농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국가 전체 외교력을 동원해야 할 대형 통상 현안이다. 오래전부터 농업계는 시장 개방의 수혜자는 수출 산업이고 희생자는 농업계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쌀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다. 이 시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현실에서 수출 산업 담당 부처가 통상협상을 주관할 때 얼마만큼 농업계를 설득하며 통상협상에서 균형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확장 일로에 있는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한중 FTA는 단계별 협상이 진행 중인데 지금은 1단계로 협상양식을 정하고 있다. 협상양식은 전체 상품에서 개방과 보호 대상 비율을 사전에 규정해 두는 틀이다. 양식이 결정되면 그 비율대로 구체적 품목을 결정하는 협상이 이어진다. 수출 품목이 확보되는 만큼 보호 품목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수출 가능성이 큰 제조업과 보호를 주장하는 농업 간의 품목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여기서도 제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얼마만큼 농업계를 설득하며 통상협상을 주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중요한 통상협상을 보더라도 매번 협상 마지막에 남는 것은 수출형 제조업과 보호형 농업 부문 간의 입장 차이였다. 지금까지 대내적 조정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외교통상부가 대외 협상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통상협상 구조를 가지고 세계적 통상국가로 도약하여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업 간 통상 입장 차가 심한 경우 성공적인 국제통상협상은 국내적 갈등 조정이 먼저 돼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새 정부의 조직을 최종 결정할 때 농업통상이 향후 우리나라 통상 현안의 주된 부분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균형 잡기 협상을 어디에서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를 반드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