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스터디 룸에서 진행된 면접. 면접관 2명과 지원자 1명이 마주보고 앉았다. 면접관은 지원 동기와 포부 등 지원서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했다. 일부 지원자에겐 ‘반값 등록금’과 같은 시사 이슈에 대해 묻기도 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통통’은 중국어로 청소년 대상 연간 잡지를 만드는 동아리. 이번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의 특징은 대다수가 예비 고3이었다는 것.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 앞에 다가와도 학업과 교외활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욕에 충만해 있었다. 교내활동뿐 아니라 교외활동을 통해서도 화려한 비교과활동 ‘스펙’을 갖춘 고교생들도 대거 지원했다. 지원서를 무려 21장이나 제출한 지원자도 있었을 정도다. 요즘 고교연합 동아리에 들어가기란 유명대학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고교생들의 하소연이다. 자신의 진로와 꿈을 위해 지원한 경우도 있지만,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늘면서 비교과활동 ‘스펙’을 쌓으려는 현실적인 목적을 가진 경우도 많다.
김 양처럼 예비 고3인 조모 양(18)은 이날 면접을 위해 집이 있는 전북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상경했다. ‘통통’에 지원한 고교생 대다수가 대학 언론정보학과(혹은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하는 데 반해 조 양의 꿈은 행정학과에 입학하는 것이다. 그가 지금껏 쌓아온 교내활동 ‘스펙’은 화려하다. △모의유엔대회 중국 대표 △모의유네스코총회 독일 대표 △영자 신문부 편집장 등. 조 양은 “여성·복지 관련 정부부처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청소년 잡지를 만드는 일이 공무원이라는 제 꿈과 공통분모는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원했다”고 했다.
이날 면접을 본 19명 중 최종 합격한 고교생은 13명. 김 양과 조 양도 합격의 행운을 안았다. ‘통통’의 편집장인 전북외국어고 3학년 조은빈 양은 “탈락자 가운데 스펙이 뛰어난 지원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스펙’이 화려하다는 점만 보고 신입생을 뽑았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고 조 양은 말했다. 일단 동아리에 들어오면 대학 수시모집에 필요한 경력만 채운 뒤 곧바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는 것. 조 양은 “그래서 면접에서는 인간성과 진정성을 주의 깊게 보았다”고 했다.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