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고객 구매정보 분석한 ‘빅 데이터’ 마케팅 성과
롯데카드는 지난해 5월부터 손 씨에게 영유아 상품 할인쿠폰을 제공했다. 백화점에서는 의류를, 마트에서는 소모성 용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쿠폰이 각각 전달됐다.
손 씨는 이전까지 여성 의류 할인쿠폰을 많이 받았지만 출산 후 무용지물이었다. 산후 조리와 육아 과정에서 자신의 옷을 살 기회가 드물었다. 5월 이전에는 쿠폰을 버렸지만 이후 받은 쿠폰은 손 씨가 실제 구매에 이용했다.
손 씨는 롯데카드가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빅 데이터 마케팅’의 실험 대상이다. 이는 고객의 구매 정보를 분석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콕’ 찍어 마케팅을 벌이는 방식이다.
롯데카드는 25∼39세 여성이면서 최근 6개월 동안 롯데백화점·마트·홈쇼핑에서 기저귀, 유아내의, 아기물티슈 등을 구매한 고객을 추렸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롯데카드를 썼거나 유아 장난감·학습용품 전문 쇼핑 사이트인 짐보리에서 롯데카드를 쓴 고객도 대상이었다. 이렇게 추린 3만 명에게 영유아 상품 할인 쿠폰을 발송했다. 단순히 고객의 나이 정보로 영유아를 키울 것으로 추측하는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결과는 성공. 쿠폰을 받은 고객이 실제 상품을 구입하는 비율인 ‘마케팅 반응률’이 크게 올랐다. 평균 43.7%였던 마트의 마케팅 반응률은 65.9%로 상승했고 백화점은 30.8%에서 36.1%로, 홈쇼핑은 11%에서 15.2%로 올랐다. 이 중 장난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배나 상승했다.
롯데카드가 시도한 것은 고객의 광범위한 구매 정보를 세밀히 분석해 활용하는 이른바 ‘빅 데이터 마케팅’이다.
○ ‘스마트폰 앱 쿠폰’도 고객 맞춤형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도 고객 매출 정보를 분석한 스마트폰 앱을 잇달아 내놓았다. 앱에서는 가맹점별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제공하고 그 가맹점을 찾는 고객의 연령대별, 성별 비율을 알려준다.
신한카드는 좀 더 체계적인 빅 데이터 활용을 전담하는 ‘인사이트팀’을 꾸렸다. 현대카드에서는 ‘CLM(Customer Lifecycle Management)팀’에서 빅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다.
롯데카드 이외의 대부분 카드사는 고객이 어떤 가맹점에서 결제했는지만 알 뿐, 뭘 샀는지는 알 수 없다. 가맹점과 협조를 해야 하는데 가맹점은 굳이 자신들이 보유한 정보를 내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빅 데이터 마케팅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카드사와 가맹점의 생각이 다르고 카드수수료 같은 갈등 요인에 따라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공유하는 고객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기반을 잘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