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고급차 빅3’ 판매 급증… 비싼 전기차는 시장서 외면
27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2013 북미 국제오토쇼’가 남긴 메시지다. GM은 대표 스포츠카인 ‘쉐보레 코베트 스팅레이’의 7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북미 올해의 차’로는 고급 브랜드 캐딜락의 스포츠 세단 ‘ATS’가 선정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표 중형 세단인 ‘뉴 E클래스’를, BMW는 준중형급인 ‘4시리즈’를 내놨다. 반면 ‘미래 자동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전기자동차는 조명을 받지 못했다.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던 업계의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고급차 시장은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BMW그룹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6% 증가한 184만5100여 대(미니, 롤스로이스 포함)를 판매했다. 아우디는 11.7% 늘어난 145만5100여 대, 메르세데스벤츠는 4.5% 성장한 142만3800여 대(스마트, 마이바흐 포함)였다. 이들 ‘고급차 빅3’는 나란히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국내 수입차 판매는 이들 고급차 업체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점유율(승용차 기준) 10%를 돌파했다. 1위 BMW는 전년 대비 20.9% 신장한 2만8152대를 판매했다.
시장이 커지며 업체들은 다양한 고급차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달 아우디가 ‘A5 스포트백’을, 벤츠가 대형 왜건(차체 지붕이 트렁크 끝까지 이어져 적재공간을 늘린 형태) ‘CLS 슈팅브레이크’를 출시한 데 이어 29일에는 프랑스 시트로엥이 자사의 최고급 모델인 ‘DS5’를 선보인다. 도요타는 올 하반기 대형 세단인 ‘아발론’을 내놓는다.
국산차 업체들 중에는 기아자동차가 9일 대형 세단 ‘K9’의 2013년형을 내놓은 데 이어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대형 세단 ‘제네시스’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고급차 시장을 차지하려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맞대결”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전망됐던 전기차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공식 집계가 시작된 첫해인 2011년 303대, 지난해 714대로 총 1017대가 보급됐을 뿐이다. 이마저도 전부 공공기관에 보급된 것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친환경차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2011년 출시된 기아차 경차 ‘레이EV’는 4500만 원으로 현대차 제네시스 기본형(BH330 모던·4338만 원)보다 비싸다.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준중형차 ‘SM3 Z.E’는 6391만 원으로 BMW의 중형 세단 ‘520d’(6260만 원)보다 131만 원 비싸다.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때 제공하는 보조금(1500만 원) 적용 대상을 민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도 전기차 가격은 동급 가솔린차에 비해 2배 이상이어서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