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사정이 딱하긴 했다. 온갖 방법을 쓰고도 대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자 언론 광고까지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당초부터 정몽규 신임 회장과 김석한 전 한국중등축구연맹 회장 등 속칭 ‘여당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1차 투표에서 표가 두 후보에게 갈리더라도 결선에선 합쳐질 표였다. 결국 정 회장이 결선에서 15표로 당선됐다. 4년 전에도 ‘축구 야당’을 자처하면서도 온갖 ‘꼼수’로 축구계를 갈라놓고도 낙마한 허 전 이사장으로선 또 패한다면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기에 다른 후보들은 아무도 하지 않은 광고까지 한 듯하다.
하지만 허 전 이사장은 축구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축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투자가 결여돼 있는 상태에서 아무나 출마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허 전 이사장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수장일 때 도전했고 4년 전 조중연 회장과 경선을 치르고 이번에 다시 나왔다. 대의원들은 그에게서 ‘진정성’을 찾지 못했다.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축구인’이라는 이유로 출마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 지금은 없어진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들기는 했지만 ‘연구’보다는 ‘선거용’으로 축구협회 비판만을 하다 흐지부지 없어져 축구인들을 실망시켰다.
결국 ‘진정성’이 이겼다. 허 전 이사장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돈과 꼼수로 한국축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이 한국축구를 매번 멍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