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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지옥의 서울 신설동 교차로, 시범단속만으로도 큰 효과

입력 | 2013-01-29 03:00:00

꼬리물기… 꼬리 감추다




2012년 12월 28일 신설동 교차로 지난해 12월 28일 본보 취재 당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교차로의 모습. 꼬리물기가 극심해 각 방향의 버스와 승용차가 교차로 가운데에서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답답함 그 자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3년 1월 25일 신설동 교차로 25일 꼬리물기 시범 단속이 시작된 신설동 교차로의 모습. 신호에 맞춰 이동하는 차량 흐름이 시원하다. 이날 캠코더를 들고 시범 단속한 경찰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5일 오후 4시 10분경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교차로. 신호등의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는 찰나. 택시 여러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앞차의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 교차로에 들어섰다. 반칙운전의 대표적 행태인 ‘꼬리물기’였다. 캠코더를 든 경찰관은 재빨리 빨간불과 함께 택시들의 꼬리물기 현장을 녹화했다.

경찰의 단속을 본 운전자들은 단속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한 은색 승용차는 신호가 바뀌는데도 앞차에 바짝 붙어 꼬리물기를 시도하다가 경광등을 휘두르며 수신호를 보내는 경찰을 발견하고는 정지선에 멈췄다. 다른 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꼬리물기 시범단속 중’ ‘꼬리물기 영상단속 중’이라는 현수막을 교차로 곳곳에 내걸고 단속했다. 동대문경찰서 고석건 순경(32)은 “아직 본격적인 단속을 하기 전이지만 캠코더를 본 운전자들이 단속을 의식하면서 확실히 법규를 전보다 잘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설동 교차로는 동아일보 취재팀이 신년기획으로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나쁜 운전습관이 집약된 곳으로 지적한 곳.

취재팀이 지난해 12월 20, 21일 취재한 신설동 교차로는 꼬리물기와 급출발은 예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헤집고 다니는 등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러나 이달 25일 오후 이 교차로의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이 후진적 교통문화의 대표 격인 꼬리물기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일보와 채널A의 ‘시동 꺼! 반칙운전’ 연중기획에 호응해 정부기관에서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에 옮긴 첫 가시적 대책이다.

서울경찰청은 교차로 꼬리물기에 대해 25일부터 시범 단속을 시작해 다음 달 18일부터는 종로구 종로2가, 중구 을지로입구 등 서울의 주요 10개 교차로에서 정식 단속에 들어간다고 28일 밝혔다. 교차로 꼬리물기를 하다가 걸리면 유형별로 최소 4만 원에서 최대 6만 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3월 18일부터는 단속 구간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단속은 캠코더를 이용한 영상 촬영으로 이뤄진다. 교차로 주변을 감시하는 교통경찰이 캠코더로 꼬리물기 현장의 증거를 촬영해 나중에 자동차 주인에게 범칙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경찰이 직접 교차로에 들어가 단속을 할 경우 운전자와 시비가 생길 수 있고, 또 다른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꼬리물기를 막기 위한 교통시스템 개선도 이뤄진다. 도로의 정체 상황을 감지해 교차로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신호등 색깔을 빨간불로 유지하는 ‘앞 막힘 제어기법’ 장치도 현재 10곳에서 연내 67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2곳에서는 신호등을 교차로 뒤쪽에서 앞쪽으로 옮겨 운전자가 정지선을 지켜야만 신호등을 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선량한 운전자가 본의 아니게 꼬리물기를 하는 억울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앞 막힘 제어기법 장치를 설치하거나 교차로마다 신호등을 앞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조건희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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