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맑음. 인터넷 라디오×비틀스. 트랙 #42 Dirty Projectors ‘About to Die’(2012년)
27일 밤 서울 서교동 브이홀 무대. 작사작곡 편곡 프로듀스를 도맡는 데이브 롱스트레스(왼쪽)가 멤버 5명을 아이돌 연습생처럼 트레이닝이라도 시킨 걸까, 설마. 9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제 저녁 서울 서교동의 작은 공연장에서 미국의 인디 록 밴드 더티 프로젝터스의 콘서트를 봤다. 귀기(鬼氣) 어린 라이브였다. 무대에 올라선 20, 30대 젊은이 6명은 각각 드럼, 베이스, 신시사이저, 기타, 전자 퍼커션 앞에 서 복잡다단한 화성과 박자 체계 안을 유영했다.
그들의 음악 역시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무규칙이종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민속 음악부터 매스 록(math rock·복잡한 수학적 박자 체계를 지향하는 록), 고풍스러운 버블검 팝과 현대적인 리듬앤드블루스(R&B),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나든다. 데이비드 번과 토킹 헤즈, 비외르크, 비치 보이스, 배틀스,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 리얼 그룹…. 머릿속에서 장르의 벽은 무너졌고 수많은 뮤지션이 스쳐갔다. 영화 ‘제5원소’의 릴루(밀라 요보비치)가 단 시간에 지구의 대중음악 역사를 ‘스캔’한 뒤 자기 나름대로 재창조해낸 듯 결합은 화학적이었고 신선했으며 낯설게, 익숙하게 들렸다.
그들을 팟캐스트와 인터넷 라디오 시대의 비틀스라 불러도 될까. 잡식이 만들어낸 괴물. 그래.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별처럼 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잖아. 이런 세상에서 대동소이한 음악만 만들고 들어왔던 게 더 이상한 일인지도….
자본은 검증된 복제를 원하지만, 자유는 그러지 않는다. ‘진짜 요즘 아이돌’을 만났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