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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년 뒤엔 ‘셀프 사면’ 안 나오게 측근 단속하라

입력 | 2013-01-30 03:00:00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사면 대상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함됐다.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뤄진 초고속 사면이어서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를 끼워 넣음으로써 민주통합당과 박 당선인을 무마하려는 ‘물 타기’ 사면이다.

사면권은 행정권이 사법권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민주화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이 모두 사면권을 남용한 오류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취임 때 “임기 중 권력형 비리와 친인척 비리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 전철을 피해가지 못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 임기 전인 2006년과 2007년에 받은 6억 원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임기 중 비리’가 아니라는 설명은 구차하다. 그 돈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 여론조사에 쓰였다고 최 전 위원장이 해명했지 않은가. 사면 대상자 55명 중 한 명이 이 대통령의 사돈 집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다. 그는 사돈 집안이어서 친인척이 아니라는 해명도 옹색하다. 용산 참사 관련 철거민 5명을 사회갈등 해소 차원에서 사면한 것은 엄정한 법질서 수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다. 이번에 사면 받은 사람들의 폭력과 방화로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박 당선인 측 윤창중 조윤선 대변인은 “이번 특사 강행은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 당선인 자신은 5년 후 이런 부끄러운 사면을 하지 말기 바란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모진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욕을 듣는 선택을 한 것은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임기 중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자기 주변부터 철저히 관리해 ‘셀프 사면’을 할 소지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면 제도를 다시 보완할 필요도 있다. 이번 사면은 2007년 12월 사면법 개정으로 설치한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첫 사면임에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지 못했다. 사면심사위원들이 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5년간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의 뜻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사면심사위가 되기 쉽다. 사면심사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최소한 형기의 3분의 1 혹은 절반 정도는 채워야 사면이 가능하도록 특별사면의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