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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고 기저귀 강제로 채우고… 무서운 노인 요양병원

입력 | 2013-01-30 03:00:00

■ 80대 환자 학대한 간호사에 벌금형 선고




2011년 12월 서울 도봉구 쌍문동 A노인요양병원에 척추염으로 입원한 박모 씨(80·여)는 중증의 인지장애를 앓아 움직일 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 박 씨가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꾸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담당 간호사 박모 씨(50·여)는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고는 기저귀에 소변을 보라고 강요했다. 환자 박 씨가 계속해서 침대를 내려오려고 하자 간호사는 아예 박 씨의 손과 발을 천으로 된 끈으로 침대 네 귀퉁이에 묶어버렸다. 박 씨가 풀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이 사실을 안 박 씨 가족이 신고해 검찰은 지난해 6월 간호사 박 씨를 감금 및 학대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박옥희 판사는 유죄를 인정해 박 씨에게 24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간호사가 환자를 침대에 묶은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척추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돌발적 자해를 할 가능성이 없고 간호사가 가까운 곳에서 위험한 행동을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본인의 업무 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요양기관이 증가하면서 박 씨처럼 학대를 당하는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B 씨는 지난해 2월 치매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원시킨 뒤 일주일 뒤 얼굴에서 멍을 발견했다. B 씨는 “간호사가 폭행했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C 씨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침대에 묶어 둬 항의했더니 퇴원을 권해 할 수 없이 퇴원했다고 2011년 8월 진정했다. C 씨는 부친을 입원시키기 전 요양원에서 치료를 위해 침대에 묶어 두는 것과 정신과 약물을 투약하는 것에 동의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털어놨다.

노인요양기관은 크게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나뉜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며 입원 환자를 치료한다. 의료복지시설은 2007년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설치된 요양시설로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을 돌봐준다. 각각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들 기관이 최근 4, 5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관리가 부실해져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다는 견해가 많다. 2008년 1717개였던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지난해 4327개로 크게 늘었다. 심평원은 등록된 노인요양병원에 대해 매년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는 각 병원의 시설이나 의료인력 의료장비 등이 적정한 수준으로 갖춰졌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등록된 노인의료복지시설에 대해 2년마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리 정교한 평가기준을 만들어도 24시간 내내 감시하며 평가하지 않는 한 노인 학대 같은 문제는 적발하기 어렵다. 결국 피해자나 가족의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이나 요양원의 노인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환자 자치회나 가족 자치회, 그리고 옴부즈맨 제도를 활성화시켜 그 안에서 비리나 학대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항상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서적 학대까지 범위를 넓히면 폐쇄회로(CC)TV 설치 같은 물리적 방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종사자들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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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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