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마케팅 권위자 채드윅 교수에게 듣는 WTA 인기비결
29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마리야 샤라포바(왼쪽 사진·러시아·세계랭킹 3위)는 지난해 경기장 밖에서 벌어들인 수입까치 합쳐 총 2710만 달러(약 293억 원)를 벌었다. 남자 선수인 로저 페데러, 라파엘 나달에 이어 전체 3위 기록이다. 여자프로테니스(WTA)는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스타 만들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 포스터에 등장한 페트라 크비토바(오른쪽 위 사진·체코·8위)와 마리야 키릴렌코(오른쪽 아래 사진·러시아·15위). WTA 홈페이지
1973년 출범 당시 여자프로테니스(WTA)도 한국 사정과 비슷했다. 당시에는 여자 선수들이 뛸 만한 테니스 대회가 거의 없었다. 첫 번째 여자 프로 테니스 선수 9명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대회 상금으로 1달러만 받았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올해 WTA는 총상금 1억 달러(약 1084억 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남녀 상금이 똑같은 4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면 올해 WTA 총상금은 5870만 달러(약 636억 원)로 남자프로테니스(ATP·7548만 달러·약 818억 원)의 77.8% 수준. 반면 골프에서는 여자프로골프(LPGA) 총상금(4900만 달러·약 531억 원)이 남자프로골프(PGA·2억600만 달러·약 2234억 원)의 23.8%밖에 안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TA는 혹사 방지책을 세웠다. 채드윅 교수는 “WTA는 2000년대 중반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가 의무 출전해야 하는 대회를 26개에서 20개로 줄였다. 또 만 30세가 넘은 선수는 자기 계획에 따라 출전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세리나,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가 15년 넘게 활약할 수 있는 건 이런 제도적 뒷받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육아 문제로 한국 여성들의 직장 생활 기간이 짧아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OECD 여성 경제 참여율 2위인 핀란드의 해법 역시 혹사 방지였다. 핀란드는 ‘크로스 육아 휴직’으로 여성들 육아 부담을 나눴다. 월, 수, 금요일에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화, 목요일에는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여성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나머지 요일에는 남편이 육아를 책임진다.
WTA는 이와 함께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Strong is Beautiful)’이라는 스타 만들기 캠페인도 시작했다. 코트 안에서는 물론이고 코트 밖에서도 선수들을 성공한 여성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게 캠페인의 목표다. 채드윅 교수는 “여자 테니스계 샛별 중에는 리나(중국)처럼 신흥 경제 강국 출신이 많다. 이들이 자기 조국의 여자 청소년들에게 롤모델 구실을 하면서 WTA 시장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롤모델이 있다’는 한국 여성 직장인은 25%에 그쳤다. 여성들이 자기 미래가 어떨지 투영해 볼 만한 대상이 부족한 것.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서는 꿈이 어떤 모양인지를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그림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꿈을 이룰 확률이 높다”며 롤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