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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허증수]녹색건축, 기후변화를 다스리는 해법

입력 | 2013-01-30 03:00:00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기후변화는 요물이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이상 현상을 일상적인 현상으로 바꿔 버렸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4도 이상 떨어져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전력 사용이 급증해 난방비 폭탄을 맞는 등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

이상기후에 따른 에너지 사용이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 가격 조정이나 보조금 지원 같은 단기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통한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건물 부문에서 건축물의 단열과 에너지절약형 설계 등을 통해 원천적으로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약 40%의 에너지를 건물 부문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선진국들의 방법을 답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설계 단계부터 리모델링 단계까지 건축물의 전 생애 기간에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을 2월 2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라 단열 기준이 종전 대비 약 30% 강화되고 건축 인허가 시 제출하는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 대상이 500m² 이상 모든 건축물로 확대된다. 또 대형 건축물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표준 건축물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 ‘에너지소비총량제’가 기존의 1만 m²에서 3000m² 이상 업무용 건축물로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건축물의 매매, 임대 거래 시 대상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등 에너지 성능을 표시한 에너지평가서를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에너지소비증명제도 시행된다. 이 제도의 시행에 따라 2월 23일부터는 서울시 소재 500채 이상 공동주택단지나 3000m² 이상 업무시설 건축물을 매매할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에너지평가서를 발급하여 거래계약서에 첨부해야 한다. 이 제도 시행을 통해 에너지절약형 설계, 시공 및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이 늘어나고 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건물에너지절약규범(EPBD)에 따라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이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신축, 매매, 임대 계약 시 에너지효율 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소비증명제가 시행됨에 따라 집을 구매할 때 교통, 교육, 인프라뿐만 아니라 에너지성능도 중요한 구매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와 환경을 고려한 건축 설계, 건축물 매매 시 에너지성능을 고려하는 문화와 정부의 정책 지원이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녹색 건축물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후 건축물을 저탄소 녹색건물로 환골탈태시키는 그린 리모델링은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경기 활성화 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따뜻한 지속가능 성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가, 바로 지금, 바로 이 땅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녹색건축은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실행해서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후변화 대응책이요, 따뜻한 성장 정책이다.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