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자 문제에 대해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후보자가 낙마하자 그 파장이 이 후보자에게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이 끝난 만큼 본회의 표결 실시 여부 등은 여전히 여야 정치권에 달린 것 아니냐”면서도 “아무래도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기류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는 없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 후보자 낙마로 어그러진 초반 인사 시스템을 쇄신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의 첫 합작 인선인 ‘이동흡 카드’를 버리자고 청와대에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 처지에선 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심정으로 이 후보자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진사퇴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버틸 명분이 없을 것 같다”며 “당선인을 생각한다면 조속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미 이 후보자는 자생력이 없어진 상황이 아니냐”며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길진균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