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닷새만에… 재산-두아들 병역 논란 “부덕의 소치로 국민-당선인에게 누 끼쳐”朴 첫 인선 어그러져… 내각 구상도 차질金 인수위원장직 수행 힘들듯… 이동흡 거취 주목
결국 내려놓은 총리후보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 병역 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논란이 확산되자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하기에 앞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법질서 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새 정권 첫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인 1948년 제헌국회의 초대 총리로 내정된 이윤영 씨가 첫 번째이나, 이 씨는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낙마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인사청문회도 치르기 전에 낙마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 달도 남지 않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밀봉 인사’, ‘깜깜이 인사’로 불리는 박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김 후보자의 사퇴 표명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당선인의 반응에 대해 제가 직접 들은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뢰와 원칙’을 강조한 박 당선인의 첫 총리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함에 따라 박 당선인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다. 언론의 거듭된 의혹 제기에 김 후보자 측은 “차후 자세히 밝히겠다”라며 즉답을 피해 왔다. 박 당선인 측에서는 김 후보자에게 사실관계에 대한 빠른 해명을 요청했지만 김 후보자는 해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직을 계속 맡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인수위 안팎의 전망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박 당선인의 정부 출범 구상도 어그러지게 됐다. 첫 내각을 구성하려면 총리 후보가 장관 후보를 제청해야 한다. 하지만 총리 후보가 낙마함에 따라 박 당선인의 조각 구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장관 후보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려면 20일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리 후보부터 새로 물색해야 하는 만큼 자칫하면 정부 출범 때까지 조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박 당선인이 모든 주요 인선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퇴도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 본인이 거취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가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