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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T로 본 새 영화] 냉담한 시선으로 꿰뚫는 남북 그리고 배신의 현실, ‘베를린’

입력 | 2013-01-30 11:54:26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갈 곳이 없어진 표종성은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배신을 하지.”

배신이 또 다른 배신을 낳는 도시,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북한 첩보원 표종성(하정우)은 불법무기거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남측 정보원 정진수(한석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베를린으로 또 다른 북한 정보원 동명수(류승범)가 찾아오며 이들 사이에 긴장은 고조된다.

소용돌이 속에서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전지현)는 배신자로 몰리고 그녀의 상사이자 표종성의 정신적 지지자인 북한 대사(이경영)까지 반역에 휘말린다.

점차 배신으로 얼룩지는 도시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이다.

●STRENGTH(강점)…배우·장르·연출 3박자

주연배우들이 주는 신뢰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 본격적인 첩보 액션의 탄생. 액션을 넘어 관계가 빚어낸 비극을,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감독의 연출도 새롭다.

예상을 깨고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전지현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불안한 시대에 살면서도 누구보다 강인한 마음을 지닌 련정희를 통해 남북 갈등이 불러온 혼돈을, 압도적인 매력으로 표현했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은 액션에 함께 일가를 이뤘다. 두 감독이 다시 만나 빚어낸 수려한 액션의 합이 짜릿하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자동차 추격신과 건물과 계단을 오가며 벌이는 숨가쁜 추격전도 압권이다.

●WEAKNESS(약점)…액션에 가려진 서사

영화는 네 명의 인물이 서로 얽히며 만드는 배신의 이야기다. 남북간 이념의 대립, 그에 휩쓸린 주인공의 고뇌에 깊이 접근하기보다 냉담한 시선으로 ‘현재’에만 집중한다. 인물들의 과거, 미래는 관객들이 유추해볼 뿐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친절할 필요는 없다. 꼼꼼히 설명하는 영화보다 이야기의 얼개를 맞춰갈 때 긴장이 더 피어오르는 영화도 있다. ‘베를린’은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표현 방식을 떠나 ‘공감’은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감독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액션과 서사의 갈림길에서 ‘멈칫’하는 관객이 나올 수도 있다.

●OPPORTUNITY(기회)…첩보액션 시리즈의 탄생


관객들의 평가가 다양하게 나올지라도 영화 오프닝과 마지막 장면에 관한 한 엄지손가락을 들지 않기가 꽤 힘들다. 그 두 장면만으로도 불 만한 영화다.

짜릿한 첩보 액션의 탄생을 알리는 오프닝 장면은 빠른 속도감과 주인공 표종성, 정진수의 색깔을 드러내며 관객의 숨을 조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반전의 맛도 상당하다.

‘한국판 본 시리즈라고?’ 비교는 금물. 우리 정서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고유한 첩보 액션 시리즈의 탄생. 배우 하정우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THREAT(위협)…‘글쎄’

특별한 위협이 없다. 신뢰도 높은 배우와 감독을 향한 관객의 지지가 높다.

앞서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양자 대결에서 어느 한 편의 ‘독주’보다는 두 편이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크다.

볼 만한 영화가 많으면 극장을 찾는 관객수도 늘어나기 마련. 게다가 최근 극장가 훈풍과 맞물려 관객층이 한층 넓어진 분위기에 힘입어 두 영화 모두 골고루 수혜를 받을 확률이 높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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