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 재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 씨 등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에서 벌어진 상속소송의 판결 선고가 2월1일 오후 2시 내려진다.
판결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맹희 씨의 소송 제기로 시작된 이 소송은 작년 5월 30일 첫 변론을 시작으로 12월 18일까지 총 8차례 법정공방이 펼쳐졌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사건을 심리해온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현재 100쪽이 넘는 장문의 판결문 작성을 마무리하고 최종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판부는 "자료가 방대해 판결문의 정확한 작성을 위해 기일을 변경했다"며 애초 지난 23일로 잡혔던 선고 기일을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이맹희 씨 측은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이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배당금 1억 원 등을 청구했던 이 씨는 청구 취지를 수차례 확장한 끝에 소송가액을 4조849억여 원까지 늘렸다.
원고 측에는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 씨의 유족도 합류했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1987년 상속 개시 당시의 차명 주식과 나중에 이 회장 또는 삼성에버랜드 앞으로 명의가 변경된 청구 대상 주식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원고 이맹희 씨 측은 이른바 '대상재산' 법리를 적용, 차명 주주가 바뀌었더라도 실소유주는 내내 이건희 회장이었기 때문에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피고 이건희 회장 측은 청구 대상에 포함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 상속재산이 아닐뿐더러 제척기간(법률적 권리 행사 기간)인 10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소송이 기각되거나 각하돼야 한다고 맞서왔다.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넘어가면 삼성에버랜드가 최대주주로 떠올라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삼성카드까지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반대로 원고 측 주장이 기각되면 그동안 창업주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삼성가(家) 형제들 사이에 오랜 기간 빚어져 왔던 분쟁과 논란이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패소하면 127억 원에 달하는 소송 인지대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다만,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원고든 피고든 항소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