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리더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결정은 조직과 그 구성원의 운명을 좌우한다. 히틀러는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탁월한 기술을 가졌지만 그를 훌륭한 리더라고 부를 수는 없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영자들에게도 높은 윤리 수준이 요구되고 있다. 비윤리적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진 미국 기업 엔론의 최고경영진은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로 투자자들에게 총 6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끼쳤다. 한국에서도 기업인들의 비윤리적 행동이 투자자 및 종업원들의 재산과 인생을 파탄시키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리더가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리더십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 존 맥스웰은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짓말을 하면 당장 실수를 덮거나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둘째,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욕구가 클수록 거짓말에 대한 유혹이 강해진다. 윤리적일수록 선택의 폭과 성공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셋째,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윤리’라는 말로 정당화하며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로, 선한 의도를 전제로 판단한다. 처한 상황에 따라 윤리적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자신에게만 적용하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리처드 대프트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개인의 도덕 발달 수준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낮은 단계인 ‘전기 전통적 수준’에서는 단지 개인의 이익에 의해 동기 부여가 된다. 즉,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규범을 따른다. ‘전통적 수준’에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규칙과 문화를 따른다. 문제는 조직이 비합법적,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의 정당성이 무시되곤 한다. ‘후기 전통적 수준’ 또는 ‘원칙에 의거한 수준’에서는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갖게 되며 이런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면 조직의 비윤리적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0%만이 세 번째 수준에 이르렀다.
윤리적 상대주의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동양에서 더 경계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은 집단의 결속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다른 집단을 배격하고 자기 집단의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집단사고(조직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며 비판적인 생각을 배제하는 상태)’에 빠지면 비윤리적 행동을 방조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직 내 윤리적 리더십을 향상시키고 윤리적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윤리적 행동 규정을 만들고 모든 조직 구성원이 그 규정집을 읽고 이해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윤리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윤리적 행동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윤리와 관련한 자문 서비스와 비밀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하고 반대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주기적인 설문 조사와 윤리 칼럼, 토론회를 통해 꾸준히 윤리적 분위기를 증진할 필요도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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