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상담원인 아내와 군인인 남편이 있었습니다. 바쁘지만 행복하던 어느 날 아내가 눈이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안 가도 돼?”
두 달이 지난 후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각막염이 두 눈에 다 퍼져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후 아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반찬도 만들어주고, 책도 읽어 주면서 모처럼 그동안 못 했던 남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며칠 후 아내는 붕대를 풀었지만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내의 눈은 하루가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의 눈은 이미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절망에 빠졌던 아내는 3개월이 지나서야 차츰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걱정이 앞서 반대했습니다. 일보다 출근이 더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의 뜻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근무지가 서로 반대였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데려다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 달 동안 남편이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출근에 익숙해질 때까지요. 아내와 남편은 걸음 수와 주변의 소리를 통해 지리를 익히고 매일 버스 안에서 정류장 수와 이름을 외웠습니다. 아내는 차츰 익숙해졌고 한 달이 지났을 때는 혼자서도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아내의 마음도 점차 밝아졌고, 웃음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부인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앞도 못 보는 제가 뭐가 행복하겠어요.”
“그래도 매일 아침 부인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네? 누가 저를….”
당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겨주세요. 그녀는 당신만 보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