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내 이름은 미미’ 음형
①현악사중주 ‘국화’ 시작부. ②‘라보엠’에서 미미가 ‘제 이름은 미미인데요’라고 소개하는 장면. ③‘마농레스코’에서 기진한 마농이 ‘내 곁으로 와주오’라고 부탁하는 부분 악보. 세 악보 모두 첫 다섯 음표가 반음계적으로 미끄러지듯 올라간 뒤 두세 음 위로 도약했다가 다시 한 음 떨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보다 30년 앞서 발표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여주인공이 이름을 밝히는 순간 비극적인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음원제공 낙소스>
푸치니
두 작품의 연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마농 레스코’ 4막에도 ‘국화’나 ‘내 이름은 미미’와 비슷한 음형이 등장합니다. 이 막은 연인과 함께 황야로 도망친 여주인공 마농이 기진함과 갈증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마농은 연인에게 있는 힘을 다해 ‘내 곁으로 와줘요’라고 말한 뒤 정신을 잃습니다. 이 음형은 이 막 곳곳에 등장합니다. 이는 푸치니가 병약함, 죽음, 애도를 그리는 데 사용해 온 ‘생명 소실의 동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음형을 미미의 첫 아리아 서두에 넣은 순간, 그의 운명은 정해졌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오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니정홀에서는 ‘라보엠’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는 갈라 콘서트가 열립니다. 소극장 무대와 대학 내 무대를 포함하면 일 년 내내 전국 어디선가 ‘라보엠’이 무대에 오르지 않는 달은 없다시피 합니다. 국립오페라단도 지난해에 이어 12월 5∼8일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