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힐링’이 대세인 시대에 제대로 치료가 필요한 커플의 연애담을 담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누리픽쳐스 제공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다음 달 14일 개봉)은 러셀 감독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 영화다. 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은 모두 ‘목불인견(目不忍見)급’이다.
먼저 남자.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불륜남과 아내를 손본다. 폭행죄로 정신병원과 교도소에 갇혔던 펫(브래들리 쿠퍼)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도통 감정 통제가 안 된다. 오전 3시에 결혼식 비디오가 보이지 않는다고 부모를 깨우고 집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무엇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도 없이 빈둥빈둥. 조울증과 망상증이 그의 유일한 ‘장기’다. 스포츠 도박이 취미인 펫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도 집안의 골칫거리다.
두 남녀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춤이다. 티파니는 펫에게 파트너가 돼 춤 경연에 함께 나가자고 요청한다. 남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춤에 몰두한다. 속 터지게 만드는 이 한심한 커플의 찌질한 로맨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이 영화는 남우,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니퍼 로렌스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을 타며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엑스 맨’ 시리즈와 ‘헝거게임’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하며 빅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의 깊이 있는 연기 변신에 다음 달 24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가 주어질지 주목할 일이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