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조지형 교수의 역사에세이]이슬람 문화의 보고 팀북투 이야기
14세기 말리 제국은 황금으로 유명했다. 만사 무사(황제)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메카 순례 도중 수많은 황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팀북투? 이슬람 문화유적? 팀북투는 어떤 곳이며 무슨 유적이 있을까요? 세계적 경제 도시인 뉴욕 혹은 런던은 잘 알고 있나요? 물론이겠죠! 14세기에는 팀북투가 뉴욕과 같은 도시였다면, 놀라겠죠?
당시에 팀북투는 말리 제국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제국의 지배자 이름은 무사(Musa)였습니다. 말리 제국에서 황제를 지칭하는 말은 만사(Mansa)였기에 황제는 만사 무사라고 불렸습니다. 만사 무사는 아주 독실한 이슬람 신자였습니다. 종교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슬람의 종교적 수도인 메카로 순례 여행을 떠났습니다.
황금을 거저 얻었으니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좋았겠어요? 하지만 귀한 황금이 갑자기 넘쳐나는 바람에 황금의 가치가 폭락하고 물건 값은 거꾸로 솟구쳤죠. 만사 무사가 방문한 도시뿐만 아니라 지중해와 서아시아 전 지역의 경제가 엉망이 됐어요. 당연히 사람들은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모든 혼란이 만사 무사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만사 무사는 비싼 이자를 주기로 하고 시중에 있는 황금을 빌렸습니다. 상당한 양의 황금이 시중에서 잠시라도 사라지면 황금의 가치가 예전처럼 올라간다고 기대했던 겁니다. 만사 무사가 이렇게 황금을 다시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황금 가격은 10여 년이 지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만사 무사는 ‘석유왕’ 존 록펠러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보다 더 부유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 미국 달러 기준으로 4000억 달러(약 436조 원) 가치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살림 규모가 342조 원이니까, 만사 무사는 정말 부유했던 사람이죠.
엄청난 재정 지원으로 상코레대에는 아프리카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책을 소장한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40만∼70만 권의 필사본 책이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오늘날에도 7만 권 이상의 책이 남아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좋은 도서관이 있으니, 당연히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학생이 몰려들었습니다. 오늘날의 뉴욕대보다 상코레대에 외국 학생이 비율적으로 더 많았어요. 이곳에서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꾸란은 물론 수학 철학 지리학 천체학 물리학 화학 의학 법학을 가르쳤습니다. 팀북투는 아프리카에 이슬람 선교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학문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말리 제국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전체의 황금 생산량 가운데 3분의 2를 생산할 만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중해에 인접한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나 영국까지 말리 제국에서 생산된 황금의 영향을 받았어요. 수세기 동안 유럽의 황금은 상당부분 말리 제국에서 수입된 것이었어요.
팀북투가 교역의 중심지로 떠오른 건 당연합니다. 만사 무사의 메카 순례는 지중해 세계의 주요 도시에 있는 많은 상인에게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말리 제국에 갈 수만 있다면, 싸게 황금을 구입해 유럽에서 비싸게 팔 수 있었으니까요. 전 세계의 상인과 물건이 팀북투로 몰렸고, 팀북투를 통해 황금과 노예가 전 세계로 수출됐습니다.
오래된 모스크와 대학, 교역의 중심지 팀북투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우리에게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듯이 아프리카의 말리 공화국에도 역사적으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는 겁니다.
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