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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북한은 왜 3차 핵실험에 집착하나

입력 | 2013-02-01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결의 2087호를 통과시킨 지난달 25일, 북한의 반응은 강렬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성명으로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은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 조치’를 예고했다. 3차 핵실험은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다.

국제사회는 연일 북한에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 저지 노력이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풍계리의 지하 핵실험 기지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은 갱도만 막으면 모든 준비가 완료될 것임을 보여준다.

현재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핵실험은 북에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우선 핵실험을 강행하면 조만간 취임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첫걸음부터 수렁에 빠지게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미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및 인도적 지원 재개를 공약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이런 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정은은 지난달 1일 남북 간 ‘자주적 대화’를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박 당선인의 ‘신뢰 프로세스’와 맥이 닿는다. 하지만 지금은 핵실험 도발 위협으로 한국을 몰아세우고 있다. 2010년 이후 지속돼 온 남북한 긴장 국면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북의 핵실험은 이제 막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도 대북 강경책을 유발하게 하는 요인이다. 핵실험이 실시되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킬 것이다. 또 한미, 미일 동맹을 통해 군사·외교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느끼는 ‘북한 위협론’은 전례 없이 고조돼 있다. 북은 핵실험을 이용해 미국과 대화할 기회를 잡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허황된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중국의 분노를 야기할 것이다. 3월에 출범할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체제가 어떤 대북 정책을 견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새 정부는 최소한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고 남북 간 경색이 해소되며 북이 핵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 총서기는 지난달 23일 박 당선인이 보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 한 번의 핵실험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북 관계가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고립을 가중시키고 국제사회의 압력 수위를 높일 것이다. 그럼에도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김정은 정권이 다른 나라의 정책 의도와 정치적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핵실험으로 원조를 끌어내려는 수작일 것이다.

김정일이 살아 있던 2009년 4, 5월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잇달아 실시했다. 북-미 대화 재개와 6자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경하게 변했다.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러시아도 등을 돌렸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면 중국도 더는 북을 감싸지 못할 것이다.

북은 일체의 변화를 거부하며 ‘김씨 왕조’의 지속만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최소한의 판단력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성경은 하나님이 악인을 멸망하게 할 때는 먼저 그를 미치게 한다고 했다. 3차 핵실험은 아직 ‘최후의 발광’은 아닌 듯하다. 한반도 정세의 출구를 찾기 위한 관련국의 정치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