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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케이팝… 하향 안정세 속 마니아 장르化

입력 | 2013-02-01 03:00:00

‘아이돌 거품’ 걷고 록-발라드로 다변화할 때




지난달 2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EMI뮤직 저팬 회의실에서 나가이 신야 부장이 아이유의 일본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올해는 2003년 ‘겨울연가’ 신드롬 이후 일본 내 한류가 10년을 맞은 해다.

SM엔터테인먼트 저팬 CBO인 쓰치야 노조무 씨의 노력과 별개로 일본의 케이팝 붐은 2011년을 정점으로 하향 안정세를 탔다는 게 현지 업계의 중론이다. 이제 대중이 아닌 마니아를 위한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 번의 ‘폭발’은 언제 올지 모른다.

도쿄 신오쿠보 거리는 서울 명동 같았다. 신오쿠보역 출구에서 주부와 학생이 병정개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주일 한국문화원 김강식 팀장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이후 우익 목소리가 높아졌고 공중파 TV에서 한국 연예인이 사라졌다”고 했지만 한국음식점 ‘온돌’ 앞에는 식사 자리를 기다리는 줄이 10m쯤 늘어섰다. 3층 규모의 한류 종합 매장 ‘케이플러스’도 붐볐다. 1층 식품 매장을 지나 2층에 가니 화장품 매장이 나왔다. 장근석 신세경 사진이 곳곳에 붙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300m² 넓이의 스튜디오가 나온다. 대형 스크린에 한국 가요 프로그램이 투사됐다. 화장품을 사러온 수십 명의 일본 여성이 몰렸다.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인터넷 방송 ‘한류 추천’을 진행하는 문화평론가 후루야 마사유키 씨는 “일본의 일반 대중은 지난해부터 한국 아이돌의 반복된 스타일을 지겨워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제는 ‘한류’라는 거품 섞인 말을 지우고 한국 문화 전반을 내세울 때예요. 발라드나 록 같은 다른 훌륭한 음악들도 (일본에) 소개돼야 합니다.”

하루 2만∼3만 명이 찾는 타워레코드 시부야점. 8층에 가보니 아이유가 기자를 맞았다. 레코드점 직원 복장을 한 모형 아이유. 특별전 ‘케이팝 러버스’가 3월 말까지 열린다. 8층 전체가 2PM, 카라, 유키스 같은 한국 가수의 포스터와 사인, 음반으로 찼다. 4층 케이팝 코너의 진열장 수는 2010년 1개에서 지금은 5개로 늘었다.

담당자 요시다 준 씨는 “특별전을 3년간 10회 열었는데 하루 평균 1000명씩 다녀갔다”면서 “전시를 가수별로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야가와 다쓰로 타워레코드 홍보실장은 “1998년 절정 이후 매년 떨어진 CD 매출이 15년 만인 지난해 10% 반등했다. 40, 50대 음악 팬이 소비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케이팝을 포함한 아이돌 가수가 2012년 연간 판매 순위 1∼100위 중 70%를 점했죠. 아이돌을 향한 중년층의 팬덤이 강한 한류는 유리합니다. 단, 홍보 마케팅 방법은 수정돼야겠죠.”

아카사카에 위치한 EMI 뮤직 저팬 회의실. 나가이 신야 부장은 ‘아이유 회의’ 중이었다. 그는 3월 말에 낼 아이유의 일본 데뷔 앨범 제작을 히데노부 오키타에게 맡겼다. 일본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를 성공시킨 프로듀서다. 나가이 부장은 “장기적으로 아이유를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5곡짜리 데뷔 미니앨범에는 재닛 잭슨을 스타로 만든 작곡가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 팀의 곡 2개에 아이유의 곡을 더해 실을 예정이다. “일본 시장은 다릅니다. 거품 빼고 고품질 제이팝 음반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죠.”

도쿄=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