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을 맞고 보니 새삼 유럽대사가 한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틀 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국방장관 청문회에서 척 헤이글 지명자가 북한을 ‘현실적인 핵 파워(real nuclear power)’라고 규정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2006년부터만 따져도 8년째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不容)’을 외쳤지만 결국 북한의 핵 보유 저지는 실패로 끝나는 것인가.
북핵저지 실패로 끝나나
돌이켜보면 1차 핵실험 때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 핵실험 5일 만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對北)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했지만 북한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유엔의 제재는 핵을 보유하려는 북한의 의지보다 훨씬 약했다. 2009년 2차 핵실험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1, 2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남북미중일(南北美中日)이 모두 벼랑 앞에 섰다고 할 수 있다. 29세 김정은의 첫 핵실험을 막지 못하면 세계는 앞으로 수십 년간 그의 핵 도발에 시달려야 한다.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실험에 성공하면 핵무기 수를 마음 내키는 대로 늘릴 수 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자칫하면 5년 임기 중 2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겪었다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기게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는 부도수표로 변하고, 북핵 반대를 공언한 시진핑 중국 총서기의 위신도 땅에 떨어진다.
김정은 겨냥한 비상대책이 해법
벼랑 끝에 몰렸으면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후 제재를 들먹일 게 아니라 3차 핵실험 저지에 모든 것을 거는 결기가 필요하다. 1월 22일 안보리가 채택한 2087호로는 부족하다. 안보리는 북한의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 원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영웅 칭호를 받고 공식 행사에서 김정은 바로 옆에 서는 영예를 누렸다. 로켓 도발의 주역을 빼놓고 누굴 제재한다는 말인가.
안보리가 정말로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라면 김정은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3차 핵실험을 하면 ‘중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모호한 태도 대신에 북한 정권을 겨냥한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직접적인 경고를 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핵 저지는 물 건너간다. 시간이 없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