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만났어요/이미애 글·이종미 그림/40쪽·1만800원·보림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이 아이와 함께 걷고 있습니다. 아이 손엔 방패연, 뒤서거니 앞서거니 강아지도 따라 갑니다. 아이는 겨울이 안내하는 들판을 지나 숲을 찾고 언덕에 올라 바다와 마을을 봅니다. 겨울이 불러다 준 바람을 타고 방패연은 하늘 높이 오릅니다. 나붓나붓 내려 쌓인 눈 위로 썰매도 타고, 챙챙 고드름 칼싸움도 합니다. 강아지도 신이 나서 뛰어놉니다. 겨울과 아이가 눈사람을 만듭니다. 둘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더, 더 놀고만 싶은 아이는 새로 사귄 친구를 자기 집 안으로 초대합니다. 하지만 겨울은 철모르는 친구가 아닙니다. 내일 또 만나 놀자며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지요. 한밤중에 자다 깬 아이는 달빛 아래 온통 반짝이는 겨울과 희고 고요한 세상을 봅니다. 겨울은 생각만큼 빨리 떠나진 않을 것 같았지요.
2002년 ‘가을을 만났어요’가 출간되었을 때 아, 이건 사계절 시리즈로 나오겠거니 했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10년, 잊을 만한 때 이 책 ‘겨울을 만났어요’가 나왔습니다. ‘그렇지! 이건 시리즈였어!’ 내심 반가웠답니다.
겨울 이야기지만 따뜻합니다. 난방이 충분해 한겨울 칼바람이 아프기만 한 아이들은 진짜 겨울을 만날 기회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충분한 공감이 될 것입니다. 떠나보내기 전에 우리가 잠시 잊었던 그 ‘겨울’을 만나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