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미나토 가나에 지음·김선영 옮김/232쪽·1만2800원·비채

처음은 쉽게 읽힌다. 요코와 하루미란 30대 중반 여성의 등장. 요코는 지방의회 의원의 아내이고 아들 유타가 있다. 하루미는 미혼의 신문기자다. 대학 시절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깊은 친구 사이가 된다. 둘 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하루미는 파란 리본을 주고 떠난 친모의 기억을 요코에게 털어놓고, 요코는 이를 그림책으로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집안 살림만 하던 요코가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은 하루미의 친모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거를 앞둔 남편의 재선을 돕고 싶었기 때문. 잔잔히 흐르던 소설은 여기서 첫 번째 파문을 일으킨다. 요코의 아들 유타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밑도 끝도 없는 요구사항. 무슨 ‘진실’을 ‘어떻게’ 세상에 알리라는 건지? 요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도, 이를 읽는 독자에게도 물음표가 생긴다. 본격적인 양파 까기가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요코를 비롯한 인물들이 범인이 추가로 보내 주는 협박 팩스를 힌트로, 자신도 잘 몰랐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는 것이다. 독자가 작중 인물에게 이입되기 쉬운 구조다. 물론 반전의 반전도 거듭한다. 결정적으로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추리소설 최대의 매력을 선물한다. 기자의 추리도 빗나갔다.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분은 선 굵은 남성적 색채가 강하지만, 이 소설은 좀 다르다. 동화 같은 추리소설이랄까. 요코와 하루미의 시선이 교차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그 묘사와 대화가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하드보일드 추리보다는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가는 두뇌게임형을 즐기는 추리 팬에게 추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