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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한국형 토빈세’ 1순위는 외환거래세 신설

입력 | 2013-02-04 03:00:00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최근 ‘한국형 토빈세’ 도입 방침을 밝힌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으로 ‘외환거래세’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외환거래세는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사거나 팔 때 물리는 세금이다.

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초부터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준비해온 기획재정부는 외환거래세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거래세는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자본을 대상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형 토빈세 도입 취지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는 외환거래세를 설계하기 위해 과세 대상, 세율, 과세 방법 등에 대한 정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외환을 살 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환전하는 단계에서 세금을 물릴 경우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이 축소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외화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게 문제가 됐다”면서 “위기 때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으려면 사전에 과도한 유입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구상 중인 외환거래세는 브라질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유사한 형태다. 브라질은 2009년 10월부터 외국인이 주식·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자국에 들여오는 자금에 환전 단계에서 거래세를 물리고 있다.

외환거래세가 신설되면 ‘세수(稅收) 증대’라는 부수적 효과도 발생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에 필요한 134조6000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외환거래세 신설로 외환시장 안정과 세수 증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 세금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본 자유화 규제 협약을 통해 나라 간 자본의 이동을 억제하는 차별적인 규제를 금지하고 있다. 브라질이 이 제도를 다른 나라에 앞서 도입한 것도 OECD 회원국이 아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과도한 투기자금의 유·출입을 방지하는 각국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쪽이어서 제대로 설계한다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채권을 사거나 팔 때 세금을 부과하는 ‘채권거래세’ 도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유럽연합(EU) 11개국이 채권거래세와 유사한 형태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정부가 큰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으며 내·외국인에 대해 차별적인 요소가 없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채권 거래의 위축, 금리 상승, 정부와 기업의 자본 조달비용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당국은 도입 자체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정부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형 토빈세’를 확정지은 뒤 상반기(1∼6월) 중 입법화할 방침이다. 다만 시행 시기는 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계획이다. 프랑스, 벨기에도 외환거래세를 도입했지만 ‘다른 EU 국가들이 도입하면 시행한다’는 단서를 달아 시행을 유보해 놓은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형 토빈세’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나쁠 때에는 도입하기 어렵다”며 “최근 대내외 상황은 나쁜 편이 아니어서 필요할 때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을 먼저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