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의사들도 우리가 만든 침 사용 시작”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 사무실에서 침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한 김근식 동방침구제작소 대표. 그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남=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지인에게서 “앞으로 침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것 같다. 그러면 침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수요자들을 직접 만나 보기로 한 것이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자재업체를 잠깐 운영하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을 뿐 한의학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 청년이 동방침구제작소의 김근식 대표(57)다.
○ 바늘 하나에 울고 웃은 25년
주력 제품인 일회용 침은 창업 아이템이었다. 1985년 한의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해준 조언은 “앞으로는 침을 재활용하지 않고 일회용 침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학에서도 일회용 침을 쓰지 않던 시절, 보수적인 한의사업계에서 일회용 멸균 침이 처음부터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직접 한의원을 돌아다니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간염과 에이즈 예방을 위해 일회용 제품을 권장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시장점유율은 서서히 높아졌다.
왜 어떤 침은 아프고, 어떤 침은 안 아플까? 그게 한의사 개개인의 실력 차일까? 김 대표는 침 끝이 피부를 찌를 때뿐 아니라 몸 안에 들어간 침의 본체가 마찰을 일으키면서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줄이려면 침 끝의 각도를 유선형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러려면 손으로 연마하던 기존 공법에서 탈피해 자동 연마 장치를 개발해야 했다.
○ 침 제작기계도 스스로 개발
용도뿐 아니라 침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침의 모양이 달라야 한다. 이 회사 곽동렬 부장은 “나라마다 시술자들의 손 크기도, 손을 쓰는 습관도 다르기 때문에 수출용 침은 이런 점까지 고려한다”고 말했다. 동방침구제작소는 침뿐 아니라 침을 만드는 기계도 90% 이상 자체 개발했다. 침을 감싸는 침병의 코일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장치, 침병과 침체(鍼體)를 자동으로 조립해주는 장치, 자동 포장장치 등이 그것이다. 요즘은 여러 공정을 통합해 자동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판매는 순조로웠지만 고비도 많았다. 김 대표는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겨우 회생했는데 물품 대금을 떼이기도 했고, 믿었던 직원이 기계 설계를 들고 나가 자기 회사를 차렸을 때도 상처가 컸다”고 말했다.
2005년경부터는 일회용 주사기와 인슐린 주사기, 카테터(가는 관) 등 한방이 아닌 양방 의료소모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 원. 김 대표는 “중국의 한의사들이 일회용 침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동안은 중국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며 “그 뒤 10년은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보령=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