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하키의 메시’ 권이삭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에 플로어하키 국가대표로 출전한 권이삭이 3일 강원 강릉시 관동대체육관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경기 때 퍽을 몰며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알제리전에서 두 골을 넣고 4-2 승리를 이끈 권이삭은 이번 대회 10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치는 득점력을 자랑했다. 강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감독의 목은 잔뜩 쉬었다. 며칠째 하루 두 경기 이상을 하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일까. 감독이 경기장에서 ‘삼촌’을 외치다니.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플로어하키 팀 ‘반비’의 손원우 감독(34)은 2009년 1월에 복지관 체육교사로 부임했다. 미혼인 그는 강릉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실기에 이론까지 갖췄지만 일찌감치 장애인들을 지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1등만 강조하는 비장애인 체육계의 풍조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플로어하키는 겨울 스페셜올림픽 종목이지만 얼음이 아닌 우레탄 바닥에서 경기를 한다. 선수들도 스케이트화 대신 일반 운동화를 신는다. 얼음을 쉽게 볼 수 없는 나라도 참가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3일 열린 한국의 반비 팀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모습. 강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반비’ 팀원들은 복지관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운동을 하던 이들이다.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최고령 선수인 김재영 씨(52)는 농구를 하다 손 감독의 눈에 띄었다. 바로 손 감독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선수다. ‘국가대표’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김 씨의 딸 은미 씨(22)는 “아빠는 지적장애인이지만 내게는 심장 같은 분이다.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메인 공격수로 활약하는 권이삭(16)은 165cm의 작은 체구지만 ‘플로어하키의 메시’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권이삭은 조 편성을 위한 예선 6경기에서 8골, 풀 리그로 진행된 7조 4경기에서 6골 등 총 10경기에서 14골을 넣는 발군의 득점력을 과시했다. 손 감독의 애제자인 이진배(22)는 주장으로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 감독은 “이 친구(이진배)를 통해 지적장애인도 직업으로서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대회 정식 종목 가운데 유일한 구기 종목인 플로어하키는 경기 방식이 간단해 처음 보는 관객들도 금세 몰입할 수 있다. 과감한 돌파와 슈팅, 그리고 격렬한 몸싸움은 선수들이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날 관동대체육관에는 ‘체조의 신’ 양학선, 미국프로농구 스타 출신의 디켐베 무톰보, 나경원 대회 조직위원장이 등이 ‘통합스포츠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플로어하키 경기에 지적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출전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강릉=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