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버리는 담배꽁초, 뒤차엔 대형사고 부르는 ‘폭탄’
그해 3월 서울 성북구 길음동 내부순환도로를 달리던 트럭 짐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트럭 짐칸에 실은 종이상자를 모두 태웠고 도로 위로 불붙은 상자들이 나뒹굴었다. 이 사고 역시 주변 차량 운전자가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운전 중 창밖으로 던져지는 담배꽁초는 달리는 폭탄에 불을 붙이는 성냥과 같은 위협적인 존재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쓰레기도 위험천만이긴 마찬가지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쓰레기 등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100여 건에 이르고 일반도로까지 더하면 배 이상 증가한다.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도 집중 단속을 벌이며 차창 밖 담배꽁초와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직장인 정모 씨(32)는 지난해 10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차에서 쓰레기가 날아와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종이컵이었지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상황에서 ‘부딪히면 큰일 날 것 같다’라는 직감에 자신도 모르게 급제동을 한 것이다. 뒤 따르던 차는 경적을 울리며 가까스로 정 씨의 차를 피해 지나쳤다. 정 씨는 “다행히 사고는 안 났지만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차에는 냄새난다며 담뱃재도 털지 않으면서 길에 꽁초를 던지는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에서 ‘도로 위에서 목격한 꼴불견’을 조사한 결과 ‘창밖 쓰레기 투척’을 꼽은 누리꾼이 가장 많았다. ‘끼어들기’ ‘급제동’ ‘과속’보다도 더 심각한 반칙운전 행태로 꼽힌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은 “기분 나쁜 것은 둘째치더라도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부 비양심 운전자들 때문에 불안해서 운전을 못 하겠다”라고 성토했다.
창밖으로 날린 쓰레기는 뒤차를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한다. 교통안전공단 정관목 연구교수는 “운전 중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앞 유리창을 향해 날아오면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리게 된다”라며 “도로 위에 떨어진 쓰레기를 밟고 지나갈 때 튕겨지면 연쇄적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자의 시야가 좁고 고속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떨어지는 탓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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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새벽 본보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 환경미화원과 함께 도로 위 쓰레기 청소 작업을 했다. 도로는 주변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했던 ‘흉기’로 가득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갓길청소팀과 함께 고속도로의 운전 중 쓰레기 무단 투기 실태 현장 취재를 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담배꽁초는 물론 만화책과 음식물봉투 등 여러 종류의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갓길로 밀려나 있었지만 바람에 날려 다시 차로 안으로 들어올 경우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갓길청소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공사 동서울지사가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 갈림목(JC)∼퇴계원 나들목(IC) 등 48km 구간에서 수거한 무단 투기 쓰레기는 무려 442t에 달했다. 동서울지사가 관리하는 구간은 48km. km당 10t 정도의 쓰레기가 수거되는 것이다. 고속도로 갓길청소팀이 일일이 손으로 수거하는 쓰레기도 하루 15∼20여 포대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고속도로 3632km에서 지난해 수거된 쓰레기는 5016t이며 이를 처리하는 비용만 10억 원이 넘는다.
서울 도심의 도로도 운전 중 버린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4시 반 종로구 환경미화원과 함께 도로 위 쓰레기 실태 취재에 나섰다. 종로1가 보신각 앞부터 종로2가까지 약 400여 m 남짓한 거리였다.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장경욱 박사는 “운전 중 쓰레기 무단 투기는 남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반칙운전”이라며 “경찰과 지자체의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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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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