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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용준 총리 후보자, 과연 언론 검증의 피해자인가

입력 | 2013-02-04 03:00:00


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일 원고지 32장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고 언론의 인사 검증에 불만을 쏟아냈다. 가장 적극적으로 검증 보도를 한 동아일보와 채널A는 김 위원장의 후보직 사퇴 후 그에 관한 보도를 자제했다. 그러나 취재 때는 답변을 회피하던 그가 이제 와서 검증을 위한 언론의 취재가 부당하게 이뤄졌으며 자신과 가족이 취재의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더는 침묵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에게 제기된 주요 의혹은 첫째 석연찮은 장·차남의 병역 면제, 둘째 서울 서초동과 경기 안성 땅의 편법 증여 의혹과 구입 과정, 셋째 서울 마천동 쌍문동 신수동 갈현동, 인천 북성동, 경기 수원 금곡동 소재 부동산의 투기 의혹 등이다. 김 위원장의 해명자료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기재돼 있을 아들들의 건강기록부나 믿을 만한 의료기관의 통풍 진단서 등 의혹을 반박할 만한 핵심 증거는 없었다. 서초동 땅의 경우는 증여세 탈루를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 내외는 물론이고 제 자식들, 심지어 어린 손자녀들까지 미행하면서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에 부정 입학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까지 가서 범죄인을 다루듯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검증을 주도한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취재팀은 공개된 자료를 위주로 취재했으며 미행, 추궁 등 불법 부당한 방식을 동원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 가족 및 지인(知人)들을 취재할 때는 기자 신분을 분명히 밝혔고, 최대한 예의를 갖췄으며, 취재윤리도 준수했다. 김 후보자가 언론의 취재방식을 문제 삼으려면 어떤 언론이 어떻게 취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길 바란다. 뭉뚱그려 ‘언론’에 피해를 봤다고 하면 언론 전체가 신뢰를 잃고 정당하게 취재한 언론들까지 피해를 입는다. 선진국에서도 언론의 공직자 검증으로 많은 후보가 낙마한다. 고위 공직을 맡으려는 사람은 이런 검증을 피할 수 없다. 검증이 싫다면 고위 공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당선인이 저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쪽으로까지 비난이 확대돼 박 당선인이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일각에서도 언론의 검증에 문제가 있는 듯 주장하는 발언이 나온다.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퇴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사퇴의 원인은 사전(事前) 검증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의 낙마를 계기로 검증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검증 소홀을 인정한 것이다. 새 정부 구성을 지연시킨 것은 언론의 검증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자녀 병역 의혹이 문제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총리 후보 제의를 수락하고, 제대로 해명도 못한 김 위원장 자신이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