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1시리즈와 골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이모 씨(33)는 지난해 말 폴크스바겐 골프를 구입했다. 최근 가까운 거리뿐만 아니라 잦은 지방출장으로 운전하는 시간이 많은 그는 연비를 고려해 7년 된 현대자동차 구형 아반떼를 처분하고 신차를 구입했다.
“실공간이 넓으면서 연비가 좋은 차를 고르다 보니 주변에서 골프를 많이 추천했다. 연말에 프로모션 등으로 가격 할인 혜택이 크고, 많은 이들이 선택한 차가 무난할 것이란 기대감에 골프를 샀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BMW 1시리즈 해치백을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후회도 미련도 없다.”
외관에서 컴포트와 R라인의 다른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두 차량을 나란히 주차한 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면, 또는 컴포트 모델을 많이 타본 운전자가 R라인을 시승하는 것이 아니라면 숨은그림찾기처럼 어렵다. 동행한 이 씨는 차를 보더니 침묵에 빠졌다. 이 씨와 기자는 두 모델의 다른 점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외관에선 전면 라디에이터그릴에 붙은 엄지손가락 크기의 R라인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런 건 눈썰미가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찾을 수 있는 손쉬운 해답. 하지만 다음 답안을 찾기까지 10여분의 지루한 침묵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2명의 젊은 남자가 침묵 속에서 차량을 더듬듯 훑어보기에는 의심을 살 소지가 너무 많다.
19인치 휠, 스포츠 서스펜션, R스타일의 앞뒤 범퍼와 리어스포일러, R라인 로고가 새겨진 비엔나 가죽시트 등 ‘R라인 패키지’란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 옵션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실내는 후방 카메라를 새롭게 추가하고 기존에 후진 일렬주차만 가능했던 것에서 직각주차와 탈출기능이 포함된 파크어시스트 2.0 기능이 더해졌다.
여기에 블루모션 기술의 일환인 스타트&스톱시스템, 에너지회생시스템, 코스팅모드 등의 기술을 조합해 사륜구동 SUV임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 13.8km/ℓ를 구현했다.
한 손에 키를 들고 다른 손으로 앞문 손잡이를 잡자 잠금장치가 스르륵 해제됐다. 최근에 나오는 국산차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키리스엑세스시스템(Keyless Access System)이지만 언제 봐도 편리하다. 실험삼아 스마트키의 잠금 버튼을 다시 누르고 뒷문 손잡이를 잡아 봤지만 이번엔 열리지 않았다. 역시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해당되는 기술이다.
실내는 그의 말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한눈에 봐도 그 기능들을 이해할 수 있는 버튼들과 특별히 눈에 띌 것도 거슬리는 것도 없는 공조장치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고 스타트 버튼을 찾았지만 당연히 스티어링 휠 우측 상단에 있어야 할 버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저기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보니 센터페시아 하단 기어레버 앞쪽으로 스타트 버튼을 배치했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며 시동을 걸었다.
골프 구입 전 BMW 1시리즈 해치백을 시승해봤다며 소감을 늘어놓던 그는 “BMW는 주행감성을 자극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폭스바겐은 비교가 불가능한 연비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는 독일차 브랜드에서 전통적으로 느껴지는 주행의 날카로움, 폭발적 성능, 안정적 차체 등으로 표현되는 운전의 즐거움이 바탕에 깔려있는 듯 했다.
이 씨는 “티구안은 골프의 조금 큰 모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골프보다 차체가 높아 전면 시야가 넓고 이런 부분은 운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주행감성은 골프와 닮았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하체로 패밀리카 다운 면모가 느껴진다.”고 시승소감을 남겼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