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여행가방 ‘쌤소나이트’ 팀 파커 회장
1910년 미국에서 설립된 쌤소나이트는 팀 파커 회장 아래 독특한 글로벌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본사가 없고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회장이 전 세계를 누비며 시장을 관리한다. 파커 회장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각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지역 담당자가 직접 실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세계 1위 여행가방 회사 쌤소나이트의 팀 파커 글로벌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쌤소나이트코리아 사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본사는 없지만 전 세계에 있는 경영진, 지사장들과 영상통화, e메일,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필요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책상에 앉아 일하는 것보다 현장을 더 좋아합니다. 직접 전 세계 지사들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논의하지요.”
○ 가상 본사(Virtual Headquarter) 시대
쌤소나이트에서 ‘눈에 보이는 본사’를 없앤 것도 파커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비즈니스 경쟁의 승리는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영진은 서로를 잘 파악하며 신뢰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전화와 e메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요.”
그는 “사람을 믿기 때문에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인재경영 철학을 밝혔다. 이런 신뢰로 인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생기고, 결론적으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파커 회장은 “대신 사람을 뽑을 때 조직에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배제한다”며 “눈치를 보지 않고 문제를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전문가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매출이 급증한 지역이 바로 한국이다. ‘쌤소나이트 레드’ 등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해 선보인 쌤소나이트코리아는 매출이 급증해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1년에는 매출이 약 50% 성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파커 회장이 쌤소나이트에 온 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도 세계 3위인 한국에 와서 성장 동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파커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젊고 역동적이며 섬세하다”며 “창의적인 한국 팀이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 ‘쌤소나이트 레드’ 등이 성공적으로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글로벌 회사들 사이에서도 점차 우리처럼 ‘가상 본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다양한 지역별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한 각 기업 주요 임원들의 출장이 늘어나 여행가방 매출이 느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서 만든 광고가 세계로 간다
파커 회장은 “브랜드와 품질관리는 엄격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한다”며 “그래야 성과가 좋은 것은 다른 시장에도 적용하고 회사를 더욱 창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방 브랜드 2개를 인수한 파커 회장은 새해에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