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특히 1월 1일 신년 축하공연에서 선보인 내용은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년 여섯 번의 공연과는 달리 ‘통일’이 핵심 주제로 등장했다. ‘백두와 한라가 손을 잡으면 하나가 되는 통일’을 말하며 배경화면으로 남북 정상회담 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악수 장면과 함께 ‘통일 615’라는 제목의 곡까지 등장한 것이다. ‘우리민족끼리’의 ‘자주통일’을 강조하는 북한의 의도는 과연 무엇인지 정책 차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 배경으로 반복돼 나오는 광명성3호의 성공적 발사에 대한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광명성 발사 성공 축하기념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나타났던 무대 위의 은하3호 모형이 이번 공연에서도 설치됐다. 북한 당국은 최근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외 매체를 통해 광명성3호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우주 정복이라는 김정은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며 체제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김정은의 육성으로 공개된 신년사에서도 최대의 성과와 업적은 단연 광명성3호의 성공적 발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광명성3호의 성공에 대한 성과와 자신감은 결국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수세적인 입장이 아니라 주도적 통일을 주장할 만큼의 우월감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1시간 10여 분에 이르는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세 부분으로 김정일, 김정은의 성과와 업적, 당에 대한 찬양 그리고 통일에 대한 강조 부분이다. 이번 공연에서 강조된 ‘통일’은 남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와 동시에 북한 내부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통치담론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마디로 남한보다 10년이나 앞섰다고 평가되는 우주 정복이 김정은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런 자신감과 우월성을 바탕으로 민족의 자주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대내 선전용 메시지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다. 6·15와 10·4선언의 이행 문제는 이명박 정부 시기 내내 남북관계 경색 요인이었으며 우리 사회 남남갈등의 최대 이슈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주요 현안이 남북관계 개선의 최대 이슈인 만큼 북한이 주장하는 두 선언의 전면이행을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무조건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두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기보다는 대화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열어놓되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