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향상 효과 입소문에… 청소년들 중독 사례 급증한국도 각종 부작용 보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스버러칼리지에서 2학년 학생대표를 지낼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던 리처드 피. 속칭 ‘공부 잘하는 약(Study drug)’의 유혹에 빠진 것은 의대 입학시험(MCAT)을 준비하던 2009년 초.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자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병원을 찾아 환자처럼 속이고 처방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약에 중독되면서 비극으로 변했다. 정신이상으로 고생하던 지난해 초 부모가 강제로 약을 끊게 만들자 2주 만에 24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스터디 드러그’가 치명적인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전했다. 한국 수험생의 부모들 사이에서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음알음 퍼져 문제가 되고 있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애더럴 비반스 등 ADHD 치료약을 중독성이 높다는 이유로 코카인과 같은 등급의 마약류로 지정하고 불법거래는 연방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의료계는 “치료제가 ADHD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정상인이 장기 복용하면 정신장애 등 후유증을 앓고 복용을 중단하면 자살 충동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미 의료정보업체인 IMS헬스에 따르면 ADHD 치료약의 처방전 발급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07년 1000명당 처방전 수가 300건에서 2011년 528건으로 76% 증가했다. NYT는 이런 증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구멍 뚫린 의료시스템을 지목했다. 의사들은 리처드가 18개 항목의 설문지에 스스로 기입한 내용만으로 증상을 파악했다. 그가 만난 의사들은 채 5분도 안 되는 진료 시간에 ADHD라고 진단했다. 특히 취업과 진학 부담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부모 없이도 직접 약을 처방받을 수 있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 대학생의 최대 35%가 ADHD 치료약 복용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서 5∼20달러에 판매하는 학생도 있다. ADHD 치료제에 중독된 사례는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한결같이 약을 끊기 어렵다는 호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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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