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밀한 협업으로 대박

류승완 감독과 그의 아내인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부창부수’로 만든 영화 ‘베를린’. 류 감독의 동생 류승범은 배우로 출연해 ‘가족 영화’를 완성했다. 외유내강 제공

‘도둑들’을 만든 안수현 케이퍼 필름 대표(왼쪽 사진 아래)와 최동훈 감독. ‘명필름’을 이끄는 심재명(오른쪽 사진 왼쪽) 이은대표. 동아일보DB
외국에도 부부, 가족 영화인은 여럿 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아내인 에마 토머스는 이 영화들의 프로듀서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쉬커(徐克) 감독의 배우자는 모두 제작자다. ‘영화는 패밀리 비즈니스’란 말이 실감 난다.
원래 류승완 감독은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를 선호한다. ‘베를린’의 시나리오를 쓴 류 감독은 거친 액션과 난해한 스토리를 계획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상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엔딩 부분에서 표종성(하정우)의 아내인 련정희(전지현) 역할이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거친 남성들의 스파이 액션물에 멜로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쉬리’(1998년)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류 감독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여성 관객의 시선을 끌도록 수정됐다. 초반 등장인물에 대한 자막 설명도 강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야기가 좀 복잡하니 관객이 쉽게 다가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1993년 독립영화협회 워크숍에서 영화 지망생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97년 결혼했다. 부부는 2005년 제작사 외유내강을 설립해 ‘짝패’(2006년) ‘다찌마와리’(2008년) ‘부당거래’(2010년)를 만들었다. 강 대표(43)가 류 감독보다 세 살 연상이다.
‘도둑들’도 부부의 협업이 빛났다. 최동훈 감독은 ‘타짜’ ‘범죄의 재구성’ 등 남성들이 펼치는 케이퍼무비(훔치기 소재 범죄영화)에 능한 반면 여성 관객을 끄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안수현 대표는 ‘도둑들’에 여성성을 가미해 여성 관객을 유인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극중 김수현과 전지현, 김윤석과 김혜수의 로맨스를 좀 더 넣자”고 제안했다. 김혜수와 전지현을 능동적인 캐릭터로 빚어내 여성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끈 것도 안 대표의 몫이었다. 안 대표는 ‘너는 내 운명’ 등 감성이 살아 있는 작품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명필름 이은, 심재명 대표는 영화별로 전담해 제작을 맡는다. ‘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은 남편 이 대표, ‘건축학 개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은 심 대표가 맡았다. 하지만 ‘건축학 개론’에도 이 대표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서연(한가인, 수지)의 집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강원 춘천시에 있었지만 이 대표의 제안으로 제주도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담긴 장면이 만들어졌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