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자 vs 非미국 부자문화적 관념-제도 달라… 기부에 대한 생각 극과 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고든 무어 인텔 창업자 등 미국 부호들은 재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내놓는 ‘기부 약속(Giving Pledge)’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세계 최대 부자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 회장, 프랑스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회장, 프랑수아 피노 피노프랭탕르두트(PPR) 창업자 등 비(非)미국계 부호는 기부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기부에도 인색하다.
‘기부 약속’은 2010년 게이츠와 버핏이 만든 ‘기부 약속 재단’이 주도하는 캠페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조지 루커스 할리우드 감독 등 억만장자 92명이 동참했다.
프랑스 부호들도 마찬가지다. 진보성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2010년 프랑스 10대 부자를 대상으로 기부 동참 의사를 수차례 서면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 4위 부호이자 프랑스 최대 부호인 아르노 LVMH 회장을 비롯해 피노 PPR 창업주 등 상당수 부자가 답변하지 않았다.
프랑스 할인점 재벌인 오샹 프랑스의 르노 뮈예 사장은 “게이츠나 버핏과 다른 방식으로 재산을 형성했기에 기부 방법도 다르다”며 “이익의 일정 부분은 사회가 아니라 직원과 공유하겠다”고 답변했다. 빠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억만장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중동 부자들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 부호들의 기부 성향 차이는 부(富)에 대한 문화적 관념, 기부 제도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십일조 헌금 등 기부를 장려하는 개신교가 다수를 차지하며 존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등 19세기 말∼20세기 초 활발한 기부를 펼쳐온 대부호의 기부 전통이 있는 미국에서는 기부 장려 문화가 오래전부터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