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발생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급발진 추정 사고와 관련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브레이크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대로라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다.
교통안전공단은 5일 오후 4시경 경기도 김포시 한 정비센터에서 보관중인 사고차량의 에어백ECU를 떼어내 EDR을 분석했다. 현장에는 운전자 측 가족과 현대차 관계자, 기자 등이 함께 참석해 결과를 지켜봤다. 정부가 민원인을 상대로 EDR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교통안전공단은 제조사에서 제공한 사고기록분석장비(CDR)를 가져와 분석을 진행했고, 결과는 불과 5분 만에 나왔다.
또한 블랙박스 영상과 달리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EDR 데이터는 사고 5초전부터 사고 직전까지 브레이크를 오프(OFF)로 기록하고 있었다.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ABS(Anti-lock Brake System)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당시 제네시스의 속도는 사고 5초전 시속 42km를 주행하다가 가로수를 들이 받았을 때 66km/h를 기록했다. 이때 1400대를 유지하던 엔진회전수(RPM)는 5300까지 치솟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계고장전문가 장석원 박사는 “교통안전공단이 들고 온 CDR은 검·교정이 안 된 장비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사고차량의 에어백ECU는 보쉬社의 부품이고, 교통안전공단이 가져온 장비는 제조사에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