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 불황에도 MR탱커 발주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글로벌 발주 물량을 독점하고 있어 불황을 겪는 조선업계에 짭짤한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말 MR탱커 10척을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총 3억9000만 달러(약 4251억 원) 규모로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의 약 8%에 이른다. 회사 측은 올해에도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전 세계 MR탱커 발주량의 80% 이상을 현대미포조선과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가 수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 MR탱커를 많이 건조하던 일본 조선소는 시설이 노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신생 중국 업체들은 건조 능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국내 조선사가 파고든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원유 정제설비가 증설돼 앞으로 정제유에 대한 운반 수요가 늘면서 2, 3년 사이에 총 140척 정도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친환경 선박 건조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시장 선점의 요인이다.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선사들은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연비가 높은 선박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한 MR탱커의 경우 5년 전 건조된 선박과 비교해 연료비를 30% 줄일 수 있도록 고효율로 설계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수요에 맞춰 연비가 향상된 선박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다.
조선시장의 불황으로 배를 만들어주는 값이 호황기 척당 평균 5000만 달러에서 현재 평균 3000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선주사가 발주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불황에도 최근 2년간 글로벌 발주 물량을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수주했다”며 “고효율 기술을 갖춘 국내 조선소의 수주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