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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광영]본사도 주인도 외면하는 ‘편의점 알바 안전’

입력 | 2013-02-06 03:00:00


신광영 사회부 기자

“위험한 밤 근무를 왜 하느냐”고 물었더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고 했다. 2일 0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윤모 씨(25)는 행정법 참고서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나 어차피 버릴 음식들을 오전 8시인 퇴근 직전까지 최대한 먹어둔다”고 했다. 점심을 걸러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밤엔 손님이 뜸해 공부하기도 좋다고 했다. 그 대신에 강도가 들까봐 야구방망이를 옆에 두고 일을 한다.

밤 근무를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윤 씨처럼 ‘생계형 선택’을 한다. ‘시급이 낮보다 400∼500원 많다’거나 ‘낮엔 취업준비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청년들이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강도의 위협에 방치돼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5일자 A12면 참조 강도에 당하고… 보상은 못받고… 편의점 알바, 밤이 무섭다

미국은 편의점 종업원을 위한 필수 방범요건을 시 조례로 정해놓았다.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 시, 애리조나 주 템피 시 등은 편의점 외관은 통유리로 설치하되 아무것도 붙이지 말도록 했다.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는 종업원을 2명 이상 둬야 한다. 편의점 진열대는 손님 머리가 보이는 높이로 하라고 규정했다. 사람 머리가 안 보이면 절도의 유혹이 커지고 종업원이 그걸 제지하는 과정에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대 경찰학과 최진혁 교수는 “편의점을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어 범행할 엄두가 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국내 편의점 주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의 안전까지 신경 쓰기엔 ‘내 코가 석 자’라고 했다. 매상의 35%는 본사에서 떼어가고 임차료, 인건비를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300만 원 벌기도 힘들다는 얘기였다. 편의점 유리창에 광고 전단을 붙여 놓으면 시야를 가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몇 푼 안 되는 광고료라도 챙겨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한 주인은 “강도가 침입할 위험이 있고 손님도 없어 새벽에는 문을 닫고 싶지만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본사가 위약금을 물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경찰이 추진 중인 112 비상벨에 대해 “비상벨 유지비 월 3000원은 어차피 우리가 내는 게 아니라 개별 업주가 부담하는 거라 본사 차원해서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편의점 본사-가맹점-종업원으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에서 최말단인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 템피 시 조례에는 ‘편의점 범죄는 방범에 소홀한 주인과 본사, 지역주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돼 있다. ‘약자의 안전에 대한 배려’가 그 사회의 품격을 보여준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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