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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국정감사 발언록 보면 정책방향 보인다

입력 | 2013-02-06 03:00:00

■ 14년간 8개 상임위 활동… 대부분 공약에 반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 부분을 떼어 내는 방안에 대해 “국회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할 때부터 생각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이 국회 외통위 활동을 한 건 16대 국회(2000∼2002년) 때로 13년 전의 일이다.

박 당선인은 1998년 국회 입성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8개 상임위를 거쳤다. 19대 국회 들어 18대에 이어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2년 이상 같은 상임위를 한 적이 없다. 14년간의 상임위 활동 중 발언들은 집권 후 정책방향을 예고하는 시그널이었던 셈이다.

○ 국정감사 발언들 거의 공약에 반영

국회 속기록을 보면 박 당선인은 2000년과 2001년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외교와 통상 접목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2000년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외교와 통상의 접목은 오히려 문제만 가중시켰다. 1998년 3월 외교통상부 출범 당시 타 부처의 통상 관련 전문가 43명을 영입했지만 그중 31명이 통상과는 관련이 없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외교 하나도 힘든 처지에 통상까지 가져다 놓고 손놓고 있는 형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또 박 당선인은 2000년에 “북미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에는 유럽연합(EU)이 있는데 가장 가능성 있고 필요한 지역경제협력체가 우리 동북아지역”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의 주요 외교 공약 중 하나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서울 프로세스’ 구상이 13년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시절엔 ‘작은 청와대’ 구상을 내비치기도 한다. 2003년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책 전반에 대해 청와대가 관여하게 되면 부처가 알아서 해야 할 일까지도 청와대에 기대는 풍조가 생기게 된다”며 “청와대 비서실은 각 부처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부처 간 윤활유 역할에 주력해야지 일상적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은 정말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과기정위에 있는 동안 신성장동력산업의 성공적 추진을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신성장동력사업을 정부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하는 데 대한 문제점과 신성장동력산업의 종합적인 조정기구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의 단초가 이때 만들어진 셈이다.

대선을 준비하던 18대 국회(2008∼2012년) 때 박 당선인은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치며 대선 공약의 두 축인 ‘복지’와 ‘경제민주화’ 구상을 선보였다.

보건복지위 기간에 당선인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고용보험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 통합 △식품안전 문제를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국정과제 토론회 때 “깔때기 현상 아시지요”라며 “각 부처에서 복지 정책을 쏟아내지만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발언은 2008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때 그대로 했던 말이다.

기재위에서 밝힌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필요 △세출구조조정과 세입증가 6 대 4 원칙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도 고스란히 공약에 반영됐다.

○ 14년 동안 인식 전환도

박 당선인의 생각이 14년간의 의원생활 동안 불변이었던 건 아니다.

박 당선인은 1998년 국회에 들어온 첫해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수출주도형 중소기업 정책, 은행의 자율성 강화를 주문했다. 당시 그는 “중소기업이 해외지향성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의 큰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구조조정은 기업과 은행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게 어떤가. 어떤 은행이 스스로 망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겠나”라고 은행에 신뢰를 보였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대선 들어 “수출주도형 성장을 넘어 내수를 동반 성장시키는 쌍끌이 경제전략을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후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내수와 금융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당선인의 한 정책통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부 환경 이후 당선인의 경제관이 바뀐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