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 내 아이들 사진을 보고… 해진 지갑 속에 나를 넣고 다닌…
‘이달에 만나는 시’ 2월 추천작으로 이성복 시인(61·사진)의 ‘사진’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래여애반다라’(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시인이 추천에 참여했다.
이성복 시인의 아버지는 2005년 세상을 떴다. 이 시를 쓴 것은 그 후로 3, 4년 뒤. 아들들의 사진 속에서 나를 보고, 그런 나를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는 윤회 같은 혈연. “아버지는 아주 내성적인 분이셨어요. 3대 독자셨고, 자기 취미생활이나 이런 것도 없었고, 당신을 위해서는 돈을 쓴 적이 없었어요. 아니 그 시대 부모들이 다들 그러셨죠.”
“시집을 읽고 여행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뒹구는 돌이 되어 찾아가던 남해 금산과 그 여름의 끝에 있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먼 여행에서 돌아온 선생의 시를 읽고 나는 문득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욱신거리는 생과의 지독한 사랑!” 손택수 시인의 추천사다. 이원 시인은 “이성복의 시가 아니라 이성복의 ‘정신’이라고 해야 맞다. 가장 뜨거운 ‘최소’에 집어넣은 맨손을 거두어들이는 법이 없는 ‘불가능한 사랑’, 이것이 ‘빛’이다!”며 추천했다.
이건청 시인은 박희진 시인의 시집 ‘4행시 17자시’(서정시학)를 추천하며 “17글자로 한 편의 시를 이룬 ‘17자시’ 시편들은 형형한 정신을 담은 말의 극한을 추구해 보여준다. 지루한 서술이 판치는 요즘 한국시가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