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임박… 北-中접경 탈북자 집단은신처 가보니
북한 신의주 상공에서 5일 북한 군용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이 일대는 접경지역이어서 군용기가 거의 뜨지 않지만 최근에는 북한 측 항공기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단둥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 지역에서 북한 군용기가 한국 언론에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 랴오닝(遼寧) 성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탈북자 집단 은신처.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40대 탈북 남성 A 씨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북한 모처에서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왔다.
A 씨 일행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임박 예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장이 김 씨 왕조 지속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8억∼32억 달러(약 3조∼3조4000억 원)로 북한 주민 전체에게 31∼36개월간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액수다.
은신 중인 탈북자 중에는 A 씨와 달리 궁핍을 감내하면서도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선군정치의 세뇌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숙소에 7개월째 체류 중이라는 60대 여성 탈북자 B 씨는 “큰 세력(미국)에 먹히지 않으려고 인공위성 쏜 거 아니냐. 조선의 국방력이 이리 세니까 아직 자주국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동료들의 반박에 이내 묻혀 버렸다. 평양 출신 여성 C 씨는 “희천발전소가 완공돼 전기가 잘 들어올 줄 알았는데 평양 외곽에서는 테레비(TV) 보는 저녁 2시간, 새벽 2시간 빼고는 전기가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자강도 희천발전소는 북한의 역점 사업이었지만 부실 공사였고, 이로 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스트레스성 심근 경색으로 숨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C 씨는 “이제는 미사일 성공했다고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번에 다시 3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안 경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거론된 경제개혁 조치는 말만 무성했을 뿐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 “개인농 실험도 黨간부 탐욕에 흐지부지” ▼
탈북자들은 지난해 일부 농장에서 사실상 개인농을 묵인하는 분조(分組)제가 시범 실시된 적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 간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기 때문에 결국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D 씨는 “중간에서 빼먹는 놈들이 반대해 아무것도 안 됐다. 먹고사는 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일 사망 전인 2011년 11월 북한 장마당(시장)에서 쌀은 kg당 2000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최고 7000원으로까지 뛰었다. A 씨는 “일반 가구주의 한 달 월급이 1800원 정도인데 이 돈으로 쌀 1kg도 못 산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아직까지 버리지 않았다. 지도자가 바뀐 만큼 변화를 모색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된 북한의 대내외 정책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안은 더 커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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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지역=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