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올해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53년 4월 15일 왓슨과 크릭은 네이처에 한 쪽짜리 간단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간결하게 DNA 구조를 밝힘으로써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했다. 지퍼처럼 열리는 DNA 구조는 DNA가 그저 그런 물질이 아니고 생명 복제에서 최고의 효율을 보장하는 생명체 최상위 물질임을 알려줬다.
구조 발견 후 첫 20년간은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DNA 유전자 대부분의 특성이 밝혀졌다. 그 다음에는 재조합 DNA 기술의 등장으로 정보를 바꿀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50년이 지난 2003년에는 DNA상 모든 정보를 해독함으로써 인간 유전체 분석이 완료되고 지난 10년간은 개인별 변이 탐색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종료된 미국 주도의 인간 유전체 계획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7년경부터 시작된 2단계 개인별 유전체 분석에서는 국내 몇 그룹의 발 빠른 대처로 게놈기술 기반 구축에 성공했다. 그 결과 최고 정밀도의 북방계 아시아인 게놈 분석을 네이처에 게재해 높은 기술 수준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10년간 게놈 분야의 중요 논문 37편에 선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 50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250명의 게놈 분석으로 아시안 게놈 분석에서도 앞서 가고 있다.
이런 DNA 기술을 질병에 응용하기 위해 디지털화된 질병 데이터와 각종 질병군 환자 10만 명의 DNA 서열 데이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개인에서 나타나는 염기 변이와 이것들의 질환과의 연관을 알아야 질병 예측이 가능하다.
질환 관련 변이 중에 먼저 할 일은 유전병 관련 변이를 찾는 일이다. 이것은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유전병의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암, 당뇨, 자폐증, 치매 등의 복합질환의 경우도 위험도를 예측해 미리 알려줌으로써 환경 요인을 제거해 질병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
개인별 게놈 분석이 미래 의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료법 정비, DNA 서열 분석의 표준화, 의사 교육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분야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미래에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 시대에 의료비 증가는 지구상 모든 국가의 아킬레스건으로 10년 이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다. 해결책은 게놈 정보를 이용한 맞춤의학밖에 없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