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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채장범]제자리 찾은 원자력 행정조직 개편

입력 | 2013-02-06 03:00:00


채장범 아주대 기계공학부 교수

새 정부의 원자력 이용개발과 규제 업무의 정부 부처 간 영역구분을 두고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자력 규제와 진흥의 분리, 원자력 진흥업무의 일원화라는 원칙하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이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담당하던 원자력 연구개발 및 국제협력 등 진흥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일원화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우선 제1원칙으로서 원자력 규제와 진흥의 분리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기본원칙이자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자. 당시 일본 경제산업성은 발전사업을 담당하며 안전규제까지 쥐고 있었다. 그리고 정부의 안전규제자들은 퇴직 후에도 전력회사를 위해 일하며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구성했다. 비용이 드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데 이들이 기여했던 것이 결국은 대규모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개편안의 두 번째 원칙인 원자력 진흥기능 일원화는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한 오랜 숙원이었다. 학계 일부에서는 원자력 연구개발 업무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기초원천 연구로서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은 새로운 거대 과학분야가 아니라 50여 년간 급속한 성장을 거쳐 산업화 및 수출단계에 있는 산업으로 현실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기술이다. 따라서 기술수요가 집중된 산업부처로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고 산업기술 개발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산업 분야에서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상용화, 재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과 창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간 원자력 진흥기능의 이원화로 빚어진 행정중복과 부처 간 갈등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 부처 간 연구개발사업 중복투자, 업계·단체 간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비효율을 증대시킨 점이 크다. 더불어 중소기업 등 산업계에서는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2개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핵연료 공급,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원전 수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요구되는 국제적 협의 과정에서도 이번 조직 개편안은 큰 기여를 할 것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당시, 경쟁업체였던 프랑스의 아레바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규제와 연구개발 기능을 교과부에서 수행하고,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지 않아 한국의 원자력 정책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통해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원전 수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진흥업무의 일원화가 필수적이다. 원전 수주 예상국의 기술 수요를 미리 파악하여 핵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원전 수출과 연계시켜야 한다. 최근 원자력 분야의 국제협력 추세가 원자력 이용 인프라 구축 지원과 기술 및 경험 전수로 바뀌고 있는 만큼, 원전수출·연구개발·국제협력을 한 부처에서 전담하여 긴밀한 업무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원자력 행정조직 개편안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고질적 병폐들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채장범 아주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