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문화행사 첫날 프로그램인 ‘발레&음악’에 출연한 백지윤 씨(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는 다운증후군 발레리나다. 엄마 이명희 씨(48)는 갓 태어난 지윤 씨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을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호두까기 인형’을 본 지윤 씨는 이후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발레리나를 꿈꿨다. 몇 군데서 거절당한 끝에야 겨우 발레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그는 연습 도중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울면서도 발레리나의 꿈을 접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이 주축이 된 이 이벤트에서 그는 ‘지젤’ 중 페전트 파드되(소작농 2인무)의 여자 솔로 부분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상도 메달도 없었지만 그는 “해냈다”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발레를 할 때는 내가 ‘왕따’당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어 발레가 좋았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한다.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박모세 씨(21)는 태어날 때 뒤쪽 머리뼈가 없어 그 틈으로 뇌가 흘러나왔던 장애인이었다. 유산시키라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어머니 조영애 씨(49)는 아기를 낳았다. 태어나자마자 대수술을 받은 아기는 머리를 실밥으로 봉한 채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수차례의 뇌수술 끝에 겨우 생명을 건진 아기는 다섯 살 때 말문이 트이고 일곱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의 기적이었다. 모세 씨는 강원 용평 돔을 가득 메운 400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애국가를 우렁차게 불렀다. 낳아도 살 수 없고, 수술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는 의사의 말을 물리친 모세 씨는 수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줬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