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유령, 뉴욕패션계 샛별로 뜨다
오늘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컨셉코리아 2013년 가을·겨울쇼’ 무대에 오르는 김홍범 디자이너는 “공모전 도전기가 경쟁력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뉴욕의 샛별로 뜨다
김 씨는 2012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컨셉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할 디자이너 5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것이다. 손정완 이상봉 등 정상급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지난해 9월 열린 데뷔 무대에 이어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에서 두 번째 패션쇼를 갖는다.
백화점 편집숍을 통해서도 상업성을 인정받았다. 롯데백화점이 부산본점에 오픈한 신진디자이너 편집숍 ‘유니크샵’에서 크레스에딤은 매출이 가장 좋다.
○ 캠퍼스의 유령
뉴욕 무대에 서기까지 김 씨는 수없이 도전하고 낙방하며 꿈을 키웠다. 전문대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전공한 김 씨는 뒤늦게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뒤 세종대 패션디자인과 3학년 2학기로 편입했다.
“졸업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모든 패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첫 도전부터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10개의 공모전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상을 탔어요.”
공모전에 도전하기 위해 하루 종일 캠퍼스에서 먹고 자고 일하다 보니 별명도 생겼다. 캠퍼스 내 건물 이름을 본떠 붙여진 ‘군자관의 유령’이었다.
2년쯤 고군분투했지만 경제적 문제로 사업을 접었다. 이후 친구와 함께 서울 홍익대 앞에 작은 의류 매장도 열었지만 군 입대 때문에 이마저도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제대하니 나이가 어느덧 서른이었다. 패션업체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기엔 늦은 나이였다.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일푼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결국 공모전이었어요. 2007년 두산타워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은상을 받으면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동대문 두산타워에 매장을 열 수 있게 됐죠.” ‘크레스에딤’이라는 브랜드는 이때 출범했다.
그의 도전은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재수 끝에 차세대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 대상자로 선정돼 국내 패션쇼 무대에도 데뷔했다. 이제 유학파이거나 ‘백’이 없으면 패션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서야죠. 결국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